아시안게임 중계방송도 스포츠 스타 대결. 한일월드컵대회 동안 방송가의 스타는 단연 차범근(MBC) 허정무(KBS) 신문선(SBS)등 해설위원들이었다. 29일 개막하는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도 지상파방송사들은 스타급 해설자 모시기에 나섰다. 같은 화면이라도 해설자가 누구냐에 따라 시청률이 좌우됨을 이미 월드컵에서 확인했기 때문.그러나 아시안게임은 축구라는 단일 경기로만 이루어진 월드컵과는 상황이 다르다. 38 종목에서 419개 금메달이 걸려있어 종목별로 대규모 스타급 해설자들로 포진시킬 예정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혹은 기억에 남을만한 승부를 선사했던 스타들이 경기장에 서는 대신 마이크를 잡는다.
월드컵 이후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떠오른 축구에서도 중계 해설 경쟁은 이어진다. KBS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지내며 월드컵팀을 뒷바라지한 이용수 해설위원을 1년9개월 만에 복귀시켜 전면에 내세우고, MBC는 냉철한 해설로 월드컵 최고의 시청률을 차지한 차범근 위원에게 다시 한번 맡긴다. SBS는 3년 계약에 5억여원을 받아 축구 해설자 중 최고 몸값을 기록한 신문선 해설위원에게 설욕의 기회를 준다.
아마추어 종목에서도 시청자의 눈길을 끌만한 스타 해설자들이 즐비하다. KBS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에게 마라톤, '빠떼루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에서 유쾌한 입담을 과시하던 김영준에게 레슬링 해설을 다시 맡긴다. 탁구는 세계적인 핑퐁커플 안재형―자오즈민 부부, 양궁은 올림픽 2관왕 이은경, 체조 여홍철 등 세계 1인자로 군림했던 선수 출신들이 새롭게 참여한다. 하일성(야구) 박제영(농구) 이세호(배구) 김경선(육상) 등 노련한 해설위원에 조계현(야구) 전병관(역도) 김광선(권투) 강재원(핸드볼) 등 신진들이 가세, 조화를 이루겠다는 전략도 짜놓았다.
SBS는 방송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방송 경험이 풍부한 이들로 해설진을 구성했다. 레슬링의 심권호는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스타플레이어. 시드니올림픽 때 해설을 한데 이어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재치를 과시해왔다. 또 대한해협을 종단한 조오련(수영) '사라예보의 기적' 정현숙(탁구) '4전5기의 신화' 홍수환(권투) 신동파(농구) 등 70년대 명승부의 주인공이면서 꾸준히 방송활동을 해온 스타들이 해설을 맡는다. 육상에서는 서울올림픽서 200m 준준결승에 진출한 적이 있고 이후 생활체육 강사, 홈쇼핑 쇼호스트로 다양한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여준 장재근이 기다린다. 양궁의 서향순은 새 얼굴.
MBC는 숫적으로는 스타급 해설자가 적은 편. 하지만 예상을 뒤엎는 화제의 인물을 기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82년 뉴델리 대회와 86년 서울 대회 등 아시안게임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딴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와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이 각각 수영과 사격 종목에서 해설자로 데뷔한다.
SBS 스포츠국 김한종 부장은 "이제 스포츠를 즐길 때가 됐다. 규칙만을 늘어놓는 딱딱한 해설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심리를 털어놓아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해설자가 방송에선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는데 해설이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고, 그 때문에 방송의 인기가 얼마나 엇갈릴지 부산아시안게임 중계가 다시 한번 증명해줄 것 같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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