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신당 창당 문제를 놓고 진의를 가늠하기 힘든 '안개 속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한 대표는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비주류측과 대립했다. 그러나 돌연 8월 초 '백지신당론'을 제기하고 노 후보의 양해까지 끌어내 비주류측의 환영을 받았다. 한 대표는 재보선 직후 본격적인 신당 추진 작업이 시작되자 노 후보의 선(先) 사퇴 불가를 강하게 지지했고 비주류측은 "그러면 그렇지"하는 반응을 보였다.한 대표는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신당창당추진위 구성을 관철시켜 비주류 신당파들의 불만을 눌렀다. 한 대표는 그러나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의 냉담한 반응이 계속되자 8월 말 들어 "정 의원 없이도 신당은 한다"고 공개 발언, "노무현 신당론이 본심이었다"는 비주류측의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달 30일 "한 대표가 나에게 대통령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는 노 후보 발언은 '노무현 신당론'을 둘러싼 비주류측의 반발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를 공개적으로 부인해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4일에는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의 경선 참여 가능성까지 시사해 "한 대표의 본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뒷말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측은 "비주류측의 대선주자 문호 개방, 노 후보측의 후보직 보장 요구를 모두 수용, 이탈자 없이 신당이 되도록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그 때문에 8·8 직후 곧 분당될 것 같던 민주당이 지금까지도 제 틀을 유지하고 있고 신당 창당 작업도 계속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 측근은 "한 대표는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누구와도 손잡겠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이것이 어려워지면서 '노 후보 외에 대안이 없다'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 관계자들은 한 대표의 어려운 처지를 수긍하면서도 "분당 방지와 신당 창당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말한다. "어정쩡한 중립 행보보다는 차라리 분당을 각오하고 노 후보를 확실히 밀든지, 아니면 노 후보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시킨 다음 외부 대선 주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든지 택일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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