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서울은행이 합병하면, 그 다음에 합병을 주도할 곳은 신한은행입니다. 신한과 한미은행 대주주는 합병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 결정으로 은행권이 '제2의 빅뱅' 소용돌이에 휩싸인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다름아닌 라응찬(羅應燦·64·사진)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이다. '하나+서울'에 이은 은행 합병 0순위 대상으로 '신한+한미'가 꼽히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라 회장은 4일 신한금융지주회사 출범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상대방(한미)이 (합병협상이 진행중임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얘기하기 난처하다"면서도 "'하나+서울' 이후 신한이 합병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한·한미 합병 협상은 두 은행이 앞으로 각각 독자 생존할 수 있는지 따져본 결과 합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합병이 능사냐는 시각도 있지만 시장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대형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 회장이 지향하는 자산규모는 지금(65조원)의 2배정도인 130조원이며 시장점유율 목표는 3위다.
신한·한미 합병 협상은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라 회장은 "특정사안(가격) 때문에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며 "아무리 길어도 앞으로 1년 이내에 합병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서울은행 합병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이다. 라 회장은 "두 은행이 합병하면 총자산 85조원 규모로 신한보다 20조원 앞서지만 그것이 경쟁 은행들의 합병을 촉발시키는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시간에 쫓겨 주주이익에 반하는 무리한 합병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후발은행의 핸디캡을 딛고, 환란을 계기로 오히려 더 빠르게 우량 선도은행으로 발돋움하기까지 라 행장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주사 출범 후 지난 1년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로 굿모닝과 신한증권의 합병을 꼽은 그는 이제 다시 은행 합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은행원 생활 40년', '국내 첫 3연임 행장' 등에 이어 그에게 또 어떤 수식어가 붙게 될지 주목된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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