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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라이프]드라이버 비거리의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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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라이프]드라이버 비거리의 거품

입력
200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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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장사업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미국 연수를 갔을 때의 일이다. 마우이에 있는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라운드를 했다. 몇 해 전부터 미 프로골프(PGA)투어 개막경기인 메르세데스 오픈이 열리는 코스다. 전에 두 차례 이곳에 들렀으나 여러 사정으로 라운드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 있는 골프장이다. 필자는 자유시간을 이용해 일행에서 빠져 나왔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다가 때마침 골프장측이 그린을 보수하느라 모래를 뿌렸다는 이유로 내장객이 적어 천만 다행히도 혼자만의 라운드가 허용됐다.플랜테이션 코스의 18번홀은 663야드의 파5홀이다. 하지만 이 홀은 페어웨이가 그린을 향해 내리막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 투온이 쉽다. 메르세데스 오픈에 출전한 선수들이 이 홀에서 투온하지 못하면 우승을 넘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PGA 투어의 프로골퍼들의 이야기 일 뿐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티샷을 한 다음 볼이 있는 곳을 가보니 스프링클러에 표시되어 있는 거리는 그린까지 236야드. 그린의 오른쪽 끝을 향해 볼을 보내면 홀쪽으로 굽어 흘러 갈 것을 기대하면서 스푼을 꺼내 잡고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자 볼은 내가 바라던 대로 날아가다가 홀에서 열 발자국 정도 떨어진 그린 주변에 멈추었다. 신중하게 퍼팅한 볼이 그대로 홀인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양손으로 퍼터를 잡고 만세를 불렀다.

그 날 내가 날린 드라이버샷의 거리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장장 427야드에 달했다. 다른 골퍼들이 드라이버의 비거리가 얼마나 되냐고 물어오면 언제나 240야드라고 대답했다. 그런 내가 이제부터 드라이버의 비거리가 427야드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비웃을 것이다. 뒷바람이 불고 내리막 경사가 진 홀에서 어쩌다 한번 운 좋게 날린 드라이버샷을 자신의 비거리라고 말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골퍼들은 대부분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골프실력에 대해 거짓말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만난 많은 골퍼들은, 특히 자신이나 동반자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주위 사람들의 과장된 말이 거짓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곧잘 믿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드라이버의 비거리를 늘려 보겠다고 틈만 나면 드라이버를 바꾸려 드는 엉터리 골퍼들도 적지 않다. 드라이버의 제조회사들이 끊임없이 새 모델을 내놓는 까닭도 골퍼들의 이러한 성향 때문일 것이다.

소동기/변호사 sodong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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