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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85)多言語

입력
200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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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그레 경감 시리즈로 유명한 소설가 조르주 심농(1903∼1989.9.4)은 벨기에의 리에주 출신이다. 그러나 20세기 프랑스어 산문 문학을 기름지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이 벨기에 사람을 프랑스인들은 프랑스 작가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물론 벨기에 사람들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을 소리다.벨기에는 브뤼셀 남쪽 워털루 부근을 경계로 북쪽의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네덜란드어와 비슷한 플라망어가 사용되고 남쪽의 왈로니 지방에서는 프랑스어와 비슷한 왈론어가 사용된다. 또 동부의 독일 국경 지방에서는 소수의 독일어 사용 주민이 산다. 프랑스어(왈론어)와 네덜란드어(플라망어)의 언어 경계선 부근에 자리잡은 수도 브뤼셀에는 교통표지판을 비롯한 모든 공공 표지물이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두 언어로 돼 있다. 미술사에서 흔히 플랑드르파(派)로 알려진 반에이크, 메믈링크, 브뢰겔, 루벤스 등 위대한 화가를 배출한 벨기에가 거기 견줄 만한 문인을 여럿 배출하지 못한 것은 언어가 분열돼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플라망어는 소설가 펠릭스 티메르멘스나 시인 위고 클라우스 같은 현대 작가들에게서 보듯, 그 나름의 문학사를 구축해 왔다. 19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마테를링크는 플랑드르의 헨트 출신이지만 파리에서 활동하며 프랑스어로 작품을 썼다.

벨기에는 스위스나 인도와 함께 널리 거론되는 다언어(多言語)사회다. 그러나 이런 다언어 상황은 실상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강력한 국제어들의 본고장인 영국이나 프랑스나 스페인조차 단일 언어 사회가 아니다. 이방인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던 덕에 매우 드문 단일 언어 사회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도, 서울 혜화동의 '리틀 마닐라'를 비롯한 이주 노동자 밀집 지역들을 중심으로, 이제 조금씩 이방 언어에 문을 열고 있다.

고 종 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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