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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앞과 뒤/요즘 한나라당은/昌에 힘집중 "비주류 있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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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앞과 뒤/요즘 한나라당은/昌에 힘집중 "비주류 있긴 있나"

입력
200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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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여의도 당사 6층에서 매일 아침 열리는 최고위원 또는 주요 당직자 회의는 1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이 회의 시작에 앞서 그날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해 미리 기자들에게 밝히면 회의는 그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금세 끝난다. 회의 참석자들의 반론은 듣기 어렵고 당 방침을 뒷받침하는 강경론 일색이다.당직자들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보좌진 가운데 이 후보의 각별한 신임이 실리는 실세는 더 이상 없다. 그들은 각기 세분화한 담당 분야를 벗어나지 않은 채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병역 공방 등으로 연일 민주당과 시끄러운 설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이지만, 내부는 도저히 집단지도체제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쪽으로 달린다. 적어도 밖으로는 아무런 잡음이 새 나오지 않는다. "1997년 창당 이래 최고의 단결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과언이 아니다. 한때 내홍을 불렀던 비주류의 목소리조차 잦아 들었다.

한나라당의 이런 모습은 이 후보와 서 대표의 역할 분담과 리더십이 뿌리를 내린 때문이다. 그 요인은 의원들이 하나같이 "집권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고 밝히듯 이 후보의 대선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다양한 성향의 의원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몇 달째 병풍(兵風)이 불고 있는데도 거의 변화가 없는 이 후보의 지지도가 이 같은 희망의 근거다. 노풍(盧風)이 절정에 달한 지난 봄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했다는 한 소장 의원은 "결국 민심이 떠난 DJ당과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털어 놓았다.

비주류는 존재 자체가 흐릿해 졌다. 대표격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지난주말 이 후보가 중국에서 귀국하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이 후보의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을 높이 평가한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이 후보의 방중에 동행했다. 당내 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에 칼날을 세웠던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이 후보와 수시로 독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만 아들의 병역 문제 등으로 파상 공세에 직면해 있지만 한나라당은 초조한 기색도 별로 없다.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확인된 반(反) DJ 정서를 제대로 활용하면 병풍 피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검찰의 병풍 수사에 대한 강경 대응은 이 후보가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내용이나 민주당 공세에 대한 방어와 역공 전략 수립은 이 후보의 직계 조직인 여의도 연구소 유승민(劉承旼) 소장과 대선 기획단의 정형근(鄭亨根) 의원, 이병기(李丙琪) 정치특보 등 전략팀이 각각 맡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주 참모들에게 "정말 아무 것도 없으니 날 믿고 당당히 대응하라"고 거듭 주문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후보는 호불호(好不好)와 진심인지 아닌지가 얼굴과 말투에 그대로 드러나는 게 특징이자 단점인데 병역문제 만큼은 추호의 동요도 없다"며 "그를 만나고 나면 확신이 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에 대한 권력의 집중은 적지 않은 의원들의 '심리적 소외'를 낳고 있다. 대부분 전략과 당론이 이 후보 보좌진과 당 조직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일반 의원들이 끼어 들 틈새가 없다. 15대 대선 당시 '원내 7인방'과 같은 특정 의원의 발언권은 사라진 지 오래고, 명색이 경선을 통해 선출된 최고위원들마저 좀처럼 역할 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당사 6층에 마련된 최고위원실은 늘 주인이 없다. 한 최고위원은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내가 할 일이 없음을 느끼지만 대선을 앞둔 특수 상황이라 참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중진은 "지난주말 이 후보에게 심각한 태풍피해가 우려되니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깨끗하게 철회하자고 건의했지만 무위였다"고 전했다. 이런 의원들 사이의 무력감을 두고 이 후보 주변에서는 "일을 맡기면 열심히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공무원 같은 의원들이 너무 많다"고 거꾸로 불만을 제기한다.

병풍에 대한 의원들의 전의(戰意)도 지도부나 이 후보 측근들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 지난달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 유임에 항의, 청와대와 서울지검 앞에서 벌인 시위에 참여한 의원은 전체 139명의 절반인 7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또 "검찰이 병역의혹을 국회에서 거론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발언이 나왔을 때도 일부 당직자가 의총에서 국회 철야농성을 제안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때문에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최근 이 후보에게 의원들과의 개별 면담 등 대책 마련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송 4사에 대한 '신보도지침' 파문은 이 후보 측근과 일반 의원들간 괴리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한 초선 의원은 "과잉 충성파가 후보를 망치고 있다"며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이런 사람들을 단속하지 않으면 언젠가는갈등이 표면화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 방송사에 보낸 공문은 서 대표와 당3역의 재가도 받지 않은 채 이 후보와 가까운 일부 의원이 독자적으로처리한 것으로 확인돼 서 대표가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고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의 한 특보는 "병역 문제는 어차피 대선 때까지 계속 시끄러울 터인데 모두 여기에 매달려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상황은 후보로서도 부담스럽다"며 "국면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이 후보측은 다음주부터 각종 정책대안 발표를 통한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지만 효과는 선뜻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의 시선을 돌려 놓을 만한 정책 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아파트 값 폭등에 따른 서민주택난 해결에 관심을 두고는 있지만 이해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여서 가닥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정책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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