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의 상처가 너무 참혹하다. 그 중에서도 철도와 도로 교통망 단절은 국가와 지역경제, 그리고 복구사업에 결정적인 장애요소가 되었다. 특히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선이 상당기간 단선운행을 하게 된 것과, 산사태로 경부고속도로가 한동안 끊겼던 일은 예삿일이 아니다.이번 폭우가 기상관측사상 유례가 드문 천재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종전 기록을 껑충 뛰어넘는 엄청난 강수량이 증명해 주는 바와 같이,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있었음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아쉬운 대목이 많다. 평시에 철도와 도로시설에 좀더 관심을 쏟아 지속적으로 재해예방에 힘 썼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피해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에 피해가 컸던 철도는 경전선 영동선 태백선 정선선 함백선 등 비교적 근년에 건설된 특수지역 노선이다. 지형적인 요소를 감안한다 해도 동시에 그렇게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은 얼마나 기초공사가 부실했으며, 안전관리가 허술했는지를 말해준다. 경부선 철도 단절은 노후교량을 오랫동안 방치한 무관심의 결과다. 건설한 지 100년이 되어 오는 철도 시설에 대한 종합점검 없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 온 것이다. 아직도 홍수 수위보다 낮은 철교가 여러 개 존재하는 것이 그 증거다.
50∼100년 빈도홍수에 대비한 설계였다는 것이 더 이상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낙후한 철도시설이 거론될 때마다 거듭되는 예산 타령도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철도시설 안전과 현대화에 대한 특별배려는 지금 당장 결심해도 늦다. 도로교통의 한계성과 문제점이 노출될수록 철도의 효용성과 가치가 높아진다. 그래서 이제 선진국들은 다시 철도교통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획기적인 철도시설 개량과 확충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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