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17일)을 위한 준비가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외무성과 방위청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본의 준비 선발대 12명이 2일 중국의 베이징(北京)으로 출발했다. 주중 일본대사관과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파견된 2명이 이들과 합류해 3일 평양에 들어가 호텔에 대사관을 대신할 '연락본부'를 설치하게 된다.선발대는 고이즈미 총리의 경호문제, 정부 전용기의 비행 및 관제 문제 등 세부 사항에 대해 북한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일본측은 정부 관리와 취재에 나설 기자 등 수행단의 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고이즈미 총리가 탑승할 정부 전용기 이외에 별도의 특별전세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식통은 만일 북한이 특별 전세기 운항을 허용한다면 국제사회에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에는 자국에서 열리는 회담을 취재하는 일본 언론인 수를 제한했지만,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적십자회담과 외무부 국장급 회담 당시에는 제재를 하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북한의 마철수(馬哲洙) 외무성 아시아국장 등과 의제 등을 놓고 이틀간 사전 협의를 가졌던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1일 밤 일본으로 귀국, 협의 결과를 외무성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보고했다. 외무성은 일본인 납치의 해결, 북한의 미사일·핵 개발문제, 일본의 식민지지배 등 과거 청산,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협의 등 잠정 합의된 의제를 재검토한 뒤 필요하면 사전협의를 한 차례 더 가질 계획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며 정상회담의 의의를 재차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1일 기내 기자회견에서 "지역의 안전보장, 국민의 안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밑교섭에서 북한측도 나와 회담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방북을 결단했다"면서 "실제로 대화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면이 있지만 대화하지 않고는 1보도 나아갈 수 없다"고 대화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일본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재계 관계자들은 국교정상화 후의 북일 무역 확대, 일본 정부개발원조(ODA) 제공시의 사업참여 등 비즈니스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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