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실적이 9월장의 핵심테마로 떠올랐다. 특별한 상승 계기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믿을 곳은 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주가가 경기에 6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실적 전망치는 현 시점의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증권사들은 "국내 주요기업의 하반기 실적 증가세가 상반기에 비해 다소 떨어지겠지만, 급격한 이익 감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돼 연착륙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실적 기대못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엔 기업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실적 증가폭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은 2일 주요 상장·등록기업 255개(상장사 180개, 등록사 75개)사의 하반기 실적을 추정한 결과 매출액은 상반기 대비 6.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7.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각각 7.7%와 95.2%였음을 감안할 때 신장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율이 상반기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경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빛을 바래게 된다.
대투증권은 IT(정보기술) 경기, 특히 PC경기의 회복이 지연되고 달러화 약세로 인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지는 것이 실적 증가세 둔화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또 전자부품의 경우 단가인하 압력이 지속돼 상반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전자부품업체의 수익성 약화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원증권도 주요 상장·등록기업 178개(상장 132개, 등록 46개)사를 분석한 결과, 2002회계연도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9.5%, 영업이익은 49.8%, 순이익은 160.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직전 월인 8월 추정치에 비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6.2%포인트, 순이익 증가율은 17.8%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 동원증권 강성모 팀장은 "하반기엔 상반기에 비해 20%내외의 순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이른바 강한 실적 모멘텀(earnings momentum)을 하반기에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착륙은 가능할 듯 반면 하반기에도 기업 수익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면에서 실적이 주가 약세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소한 '실적 연착륙'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
대신증권 조용찬 연구원은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와 DDR 제품의 매출호조 속에 통신 및 디지털가전의 순익 증가가 예상돼 하반기 실적이 비관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도 2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는 등 기업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하반기에도 유지 될 것"이라며 "기업이익의 질적 개선으로 실적이 주가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투증권은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기업 실적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둔다. 4분기 이후 미국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PC의 연말 계절적 수요 등이 살아난다면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IT 업종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설명. 대투증권 황명수 기업분석팀장은 "하반기 실적 둔화세는 불가피하겠지만 화학·철강·건설의 경우 9∼10월이 계절적 성수기이고 반도체·PC 등은 연말이 성수기인 점 등을 감안하면 연말 이후엔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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