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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 할퀸 강릉 현지 르포/"먹을물이 없어요" 또 물苦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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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 할퀸 강릉 현지 르포/"먹을물이 없어요" 또 물苦痛

입력
200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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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그치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수중도시에서 벗어난 지 이틀째인 2일 강원 강릉시. 언제 물폭탄을 퍼부었느냐는 듯 하늘은 무서울 정도로 청명했지만, 수마 뒤에 찾아온 물 기근과 찜통더위, 악취, 황토먼지 등은 주민들의 실낱 같은 재해복구 희망을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

수돗물 공급 최소 1주일 걸려

황토물이 1층 천장까지 들어찼던 옛 노암동(현 강남동). 발목까지 빠지는 황토뻘로 뒤덮여 있는 골목 골목은 이불, 옷가지, 가재도구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전날보다 진흙이 조금 더 마른 것 외에는 복구작업이 하나도 진척된 게 없었다.

슈퍼마켓 주인 강경자(姜敬子·50)씨는 "가게 청소는커녕 씻고 마실 물이라도 있었으면 여한이 없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PC방 주인 김호천(金浩川·37)씨 등 마을 주민들은 "동사무소에 전화하면 시청으로 미루고, 시청에 전화하면 동사무소로 떠넘긴다"고 분노했다.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강릉시의 유일한 취수원인 오봉댐 밑의 취수관로(800㎜)가 유실돼 수도공급이 중단됐기 때문. 시측은 복구에 최소한 1주일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생수 수천상자가 지원되고, 수도권 소방차 25대까지 동원돼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밑빠진 항아리에 물 붓기 격. 31일 이후 물 구경 못했다는 시민이 대다수이고, 강릉시내에서는 생수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일부 할인점은 생수 판매를 1인당 2통으로 제한하고 있다.

악취와 먼지로 뒤덮여

낮 최고 기온 34도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날. 남대천 주변과 강남동 주변은 하루종일 악취로 진동했다.

전날 가정집 보일러와 주유소에서 유출된 기름내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식당골목에서 쏟아져 나온 음식쓰레기 등이 썩어가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다. 김경진(金京眞·45)씨는 "전염병 창궐 이야기도 나오는 마당에 제일 먼저 치워야 할 쓰레기를 방치하는 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소리 높였다.

게다가 분뇨처리장, 하수처리장이 침수돼 생활하수가 그대로 유입되고 있는 남대천은 심한 악취를 내뿜으며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다. 강릉시는 분뇨처리장 정상가동에 최소한 3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사리 손마저 아쉬워

이날부터 육군 철벽부대 등 2,360명의 군병력이 동원되는 등 민·관·군이 복구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복구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추석 대목을 맞아 지하실에 쌓아두었던 원단, 의류 더미가 황토물에 망가지는 등 가장 많은 재산피해가 난 중앙시장. 고사리손까지 나서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쓰레기는 쌓이기만 하고, 황토는 끝없이 흘러나왔다.

체육복 수백벌을 쓰레기로 버린 박오균(朴五均·54)씨는 "지하실에서 퍼낸 물과 이웃에게서 얻어온 지하수로 청소를 하고 있다"며 "온 주민이 수해를 입는 바람에 너나 할 것 없이 일손이 모자라 아이들 손마저 아쉬운 형편"이라고 전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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