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그를 아직도 "반짝이는 별처럼…"하고 노래하던 작은별 가족의 귀염둥이 막내로 기억한다. 어떤 사람들은 3인조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의 리더로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네? 누구요? 표인봉이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강인봉(36)에게는 작은별 가족이나 자전거 탄 풍경 모두 소중한 이름이다. 작은별 가족은 1975년 6남1녀의 형제들이 함께 결성한 7인조 그룹이고 자탄풍은 그가 작년에 만든 그룹이다. 1975년부터 노래를 했으니 벌써 30년이 다되어 간다. 둘 사이에 벌거숭이(85)와 듀엣 키키(94), 세발 자전거(97)도 있다.
나이에 비해 긴 가수 경력 만큼이나 부침이 많았다. 무대에서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어린 시절에는 마냥 신나고 우쭐했다. 83년 작은별 가족이 해체되면서 크게 엇나갈 수도 있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활동했던 형제들 덕에 무사히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한 때는 작은별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싫었어요. 나로 인정 받고 싶었죠." 벌거숭이 이후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전공(고려대 신방과)을 살려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중 회사가 음반사업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다시 발을 담그게 되었다. 김원준의 데뷔 음반을 만들었다.
다시 음악을 하면서 꼬리표에 대한 생각도 바꿨다. "그건 자연스런 과거일 뿐이고 뗄래야 뗄 수 없겠다 싶었어요. 음악적으로나 연예활동을 하는데 도움도 많이 받았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죠." 사실 작은별 가족은 그가 여지껏 가수 생활을 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취향이 다른 형제들 속에서 자연스레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이게 했고 가수로 자신의 음반을 알리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강인봉은 자탄풍의 리더이자 매니저이다. 얼마 전 발매한 두번째 음반 '드림'도 직접 방송사나 언론사에 돌리고 10여개 달하는 라디오 출연 등 스케줄 관리도 한다. 지난해 데뷔 때 마음 맞는 매니저는 고사하고 음반을 내겠다는 곳도 없어 스스로 나섰다. 홍보라고 해봐야 무조건 음반을 들이밀고 친해지는 게 다다. 촌지나 향응은 할 생각도,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음악이 좋으면 홍보를 덜 해도 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음반 제작비도 최소화한다. "녹음실에 가기 전에 100번을 해서라도 완벽하게 연습을 해놓으면 별로 돈 안 들어요. 곡은 다 멤버들이 쓰니까요." 1집과 리메이크 음반을 합쳐 팔린 음반은 3만장이지만 제작비는 건지고도 남았다. 라이브를 고집하는 이들의 공연에 사람이 들고 라디오 고정 출연을 하면서 얼마 전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집에 돈을 갖다 주었다.
하지만 돈은 여전히 그의 관심 순위에서 아래다. "자탄풍의 편안하면서도 인간적인 느낌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좀 더 짜임새 있고 세 사람이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그의 최대 관심사다. "가능하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나 하는 사람에게나 있으면 빛이 나는 그룹의 제2기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재미와 감동을 적절하게 섞어내야 하는 라이브 무대를 계속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13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컬트홀에서 '또다른 사랑이 찾아와도' '아버지' 등 2집 발표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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