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잔잔한 '발라드'입니다. 때로는 절제하고, 때로는 리듬을 타야합니다."남성듀엣 '더 클래식' 멤버로 활동하며 '마법의 성'을 불렀던 김광진(36)씨가 2년여만에 여의도증권가로 컴백, 10월부터 동부투신운용에서 금융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한다.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이소라의 '기억해 줘' 등을 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날린 그는 이달 초 4집 앨범 '솔베이지'를 발표한 직후 옷장에 처박아 두었던 감색 양복도 꺼내 놓았고, 아침 7시까지 출근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 '터프하게' 물들였던 갈색 머리도 원래대로 돌려놓을 예정이다.
사실 증권가에서는 이미 김씨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은 그는 장기신용은행 자회사인 장신투자자문, 하나경제연구소, 삼성증권 등에서 7년여동안 은행·기계 분야 애널리스트 생활을 했다. 삼성증권 시절에는 한미은행, 삼성중공업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업무를 맡아 해외를 돌며 리서치 페이퍼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가 '마법의 성'을 발표한 것도 1994년 삼성증권 근무시절이었다. 당시 그의 사수는 현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금융업종 팀장인 백운씨. 김씨는 2000년 벤처캐피탈인 '벤처플러스' 이사를 끝으로 증권가를 떠나 3개의 솔로 앨범을 냈다. 이 와중에서도 그는 지난해 한국에 100여명밖에 없다는 CFA(국제재무분석사) 자격증도 따는 등 증권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잔잔한 발라드의 음악세계를 고집하듯, 그는 주식투자에서 '성장'보다는 '가치(밸류에이션)'를 강조한다. "주식투자는 너무 낙관적이어도 너무 비관적이어도, 너무 흥분해서도 너무 냉소적이어서도 안됩니다. 5년후에 이 기업이 어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여줄 건지를 전망해 장기투자하는 전략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 같은 점에서 주식투자는 발라드의 정신과 일맥상통하죠."
지난 해부터 동료 가수들의 성화에 못이겨 추천해주고 있는 종목도 국민은행, 삼성화재, 엔씨소프트와 같은 소위 가치주들이다. 애널리스트 복귀 후 그는 현금흐름이 우수하고, 자산가치가 뛰어나며 꾸준한 수익성을 낼 중소형주들을 많이 발굴할 계획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 다시 음악을 위해 증권가를 떠날 것이냐는 질문에, 김씨는 "증권은 주중 본업이고, 노래는 주말 본업"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주식운용을 해볼 생각입니다. 미국에는 나이 지긋한 펀드매니저들이 많습니다. 다만 팬들을 위해 음반작업도 계속할 겁니다." 김씨가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고집할 수 있는 것도, 단기시황에 얽매이지 않고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것도 주식과 음악이라는 두가지 예술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사진=홍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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