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지루한 조정장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장기간의 피로감에 맥이 풀린 탓인지 저가 대중주와 우선주만 활개치는 형국이다. 9월 전망도 밝지않다. 실전을 담당하는 운용사의 퍼널리스트들은 불안한 미국시장과 매수주체 부재 등을 이유로 700∼800의 박스권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퍼널리스트(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들이 실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짜고 업종별 편입 비중과 타이밍까지 결정하는 핵심 전략가. 국내의 대표적인 퍼널리스트 3인에게서 9월 증시의 5가지 포인트와 투자전략을 들어 보았다.
▶기업실적
너나 없이 미국발 세계 경기침체를 우려했지만, 국내기업의 실적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한화투신운용 홍춘욱 조사분석팀장은 "달러약세 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국내경제가 미국 경기침체 영향권에 본격 진입하고 있어 올해 말까지는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3분기 실적이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래에셋투신운용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국내기업 실적은 2분기가 최고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3분기 이익이 조금 줄긴 하겠지만,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한투신운용 김재호 투자전략팀장도 "국내기업이 IMF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2분기와 비슷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경기
3분기 이후 회복여부를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섰다. 홍 팀장은 "주력 수출품인 SD램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소비심리도 회복 기미가 없다"면서 향후 가격흐름을 부정적으로 봤다. 반도체는 물가 민감도가 높은 소비재 산업인 만큼 미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한 가격 오름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 팀장은 "당분간 가격 급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바닥권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도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PC 수요를 일으키는 계절효과 때문에 미약하나마 9월부터 D램 가격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매수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매도세는 진정되겠지만, 미국의 실적 모멘텀이 확인될 때까지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홍 팀장은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에서 대만시장에 비해 두 배 이상 팔아치웠다"며 "당장 매수로 돌아서진 않더라도 추가 매도규모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에서 팔 만큼 팔았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경기침체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한 쉽사리 매수세로 전환하긴 어렵겠지만, 상대적으로 국내기업의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추가 매도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도 "미국 뮤추얼펀드의 환매가 진정되고 있어 매도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소폭의 순매수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예상지수
박스권 조정기간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홍 팀장은 "700선 지지기대감은 남아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아 전저점인 660선이 위협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9월은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달로 미국증시의 안정과 3분기 이후 기업실적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면서 700을 저점으로 반등국면을 이어가면서 8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700∼800의 박스권을 예상했다.
▶유망업종
홍 팀장은 "수출 관련주의 성장 탄력과 이익 모멘텀이 사라진 이상 실적이 좋은 내수주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하다"며 "수익이 안정된 금융주, 꾸준히 단가가 오르고 있는 화학주, 수급관련 악재가 해소된 통신주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강한 실적 모멘텀을 보여줄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등 주요 IT종목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상승 모멘텀을 확보한 KT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최근 대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단말기 부품업종과 낙폭과대 우량주를 추천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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