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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를 나는 초고속 배"/한국도 위그船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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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를 나는 초고속 배"/한국도 위그船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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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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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개월 동안 인천 월곶 앞바다에서는 희한한 시험이 계속됐다. 배도 아니고 비행기도 아닌 것이 바다를 박차고 떠올라 수면 바로 위를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광경이 목격됐다. 한국해양연구원과 벤처기업 인피니티 기술이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해양 수송 수단 위그선(WIG선·Wing-In-Ground Ship)의 성능시험이었다.▶날아다니는 배, 위그선

1976년 미국 스파이 위성은 구소련 카스피해에서 물 위에 약간 뜬 채 시속 550㎞로 움직이는 괴물체를 발견했다. 당시의 과학기술상 배가 그런 속도로 달릴 수는 없었기에 서방 진영에서는 이를 '바다 괴물'(Sea Monster)이라고 부르며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훗날 밝혀진 '바다 괴물'의 정체는 바로 위그선이었다.

위그선은 한 마디로 날아다니는 배다. 물 위를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초고속 선박 기술과 수면에서 부상해 공중에 뜬 상태로 이동하는 항공기술이 접목된 첨단 선박이 바로 위그선. 한때 비행기냐 선박이냐 논란이 계속됐지만 결국 1990년대 후반 국제해사기구(IMO)는 고도 150m 이하에서 뜬 채로 움직이는 점을 감안, 위그선을 선박으로 분류했다.

1960년대부터 개발된 위그선은 이후 러시아, 독일 등지에서 배수량 550톤에 탱크나 850명의 병력을 태울 수 있는 대형선박으로 발달해갔다. 그러나 이 위그선은 파도 높이가 0.5m 이상이면 뜰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주로 호수와 하천에서의 이동수단이 됐다.

▶위그선의 이동 원리

이번에 국내에서 개발된 위그선은 4인승이다. 1,500cc급 소형 자동차 엔진 수준인 110마력의 엔진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바다를 200m 정도 달린 뒤 이륙, 바다 위 2∼2.5m 높이를 시속 120㎞ 정도로 날아가는 것이다. 착륙거리는 이륙거리에 비해 짧아 100m 정도면 충분하다. 인천과 연평도 사이는 배로 4시간이 걸리지만 위그선을 이용하면 40분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고도는 30m 이내를 유지하는 것이 권장사항이지만 더 높이 날 수도 있다.

위그선의 이동 원리는 비행기의 양력(揚力)과 지면효과(Ground Effect). 날개의 아래 위 공기흐름간 압력차에 따라 지면과 수직으로 물체가 떠오르게 하는 힘인 양력은 비행기가 나는 기본 원리다.

위그선은 이 양력 원리에 더해 날개가 해수면에 가까울수록 위그선을 떠받치는 공기 양력이 커지는 지면효과를 이용했다. 위그선 날개 끝 아래쪽에 판이 달려 있어 날개와 수면 사이에 공기가 갇히는 현상이 발생해 해수면 바로 위에서 더 쉽게 날아가는 것이다.

▶위그선의 미래

위그선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하면서 안전하다는 점이다. 섬과 섬 사이를 운항할 때 먼 바다의 파도가 높더라도 이착륙 장소의 파도만 일정 높이 이하라면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피니티기술 이재국 사장은 "파도 높이 1.5m 이하에서는 이착륙이 가능하다. 서해, 남해 등 파도가 잔잔한 곳은 해안선에서 10㎞ 떨어진 곳에서도 이착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장이 나더라도 해수면에서 5m 내외로 낮게 날고 활공 기능이 있기 때문에 대형재난의 가능성은 없다.

위그선은 효율성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연료로는 가솔린을 사용하며 연비는 리터당 8∼10㎞ 수준. 40리터 크기의 연료통을 단 위그선은 약 300㎞를 이동할 수 있다. 날개의 앞뒤방향 길이(chord)의 평균값 만큼의 고도에서는 양력이 극대화해 연료의 소비가 줄어든다. 이번에 개발된 위그선은 코드가 2.3m이기 때문에 2∼2.5m 사이의 고도에서 운항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안전시스템연구소 신명수 박사는 "안전을 고려해 속도는 지금 정도에 맞추고 화물 등을 수송할 수 있도록 대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계속될 것"이라며 "해양 레저, 탐색 및 구조선, 도서운항 등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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