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 루사는 전국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빗줄기와 가로수를 뿌리채 뽑아버린 강풍으로 수만가구가 침수되고, 하천이 범람했을 뿐 아니라 도로 곳곳이 끊어져 고립된 마을이 속출했다. 특히 루사가 상륙한 남부지방과 태풍의 오른쪽에 위치한 영동과 경북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ㅇ…강원 영동지역은 곳곳이 침수되면서 1일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는 등 고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해와 삼척은 진천과 오십천이 범람해 시내 곳곳이 물에 잠겼으며, 속초와 고성, 양양은 계곡물이 넘치고 하수가 역류, 시내 곳곳이 침수됐다.
영동지역 37개 관련 건물 및 시설이 물에 잠겨 이날 오후 1시 현재 모두 2만2,300여 회선의 시·내외 통신이 불통되고 있다. 특히 고성전화국이 물에 잠긴 고성지역의 경우 시내·외 통신이, 정선과 태백지역은 시외전화가 불통상태다. 속초, 삼척 등 8개지역 통신케이블이 유실, 초고속 통신망 등 3만여 회선의 데이터 통신시설이 불통되고 있다. KT관계자는 "교통 두절 등으로 영동지역의 통신시설 복구는 빨라도 1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ㅇ…강원 정선지역은 시가지를 관통해 흐르는 조양강이 저지대 시가지로 역류하면서 72년 집중호우에 따른 대홍수 이후 최대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2,076가구, 6,183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지만 통신이 이틀째 불통인 데다 읍면을 잇는 도로 곳곳이 두절돼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조양강은 범람위기를 넘겼지만 조양강으로 밀려든 상류의 흙탕물은 이날 오후 8시께부터 애산리, 봉양리, 북실리 등 정선읍 저지대로 역류하기 시작해 순식간에 시가지를 침수시켰다. 갑자기 시가지로 밀려온 강물을 미처 피하지 못한 애산리 주민 200여명은 한때 정선역에 고립되기도 했었다. 1일 새벽 상류지역에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침수지역의 강물은 빠지기 시작했으나 정선지역은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정선읍, 임계면, 북평면, 북면 등 4개읍면 초·중·고에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다.
ㅇ…2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충북 영동군 전역은 이날 이틀째 전기와 수도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31일 밤 영동천과 초강천 범람으로 고지대 학교 등에 대피했던 영동읍 계산리와 매곡·황간면 일대 2,500여 주민들은 1일 오전 물이 빠진 집을 찾아 가재도구 등을 정리하고 있지만 전기와 수도공급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동읍과 황간면 등 일대 2만여 가구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수돗물도 단수되고 있다.
ㅇ…충북 단양군 영춘면은 지난달 7일 집중호우에 이어 이번에도 남한강 수위 상승으로 300여 가구, 1,000여 주민들이 4시간여 동안 고립됐다. 영춘면에는 지난달 7일 집중호우로 유실됐다 응급복구한 지방도 522호선 영춘면 하리교 접속도로 50여m가 폭우로 31일 밤 9시께 다시 침하된 데 이어 1일 오전 5시50분께는 같은 노선인 영춘면 사지원리 앞 도로 1㎞와 오사리 앞 도로 500여m도 각각 물에 잠겼다.
ㅇ…초속 50.7m의 강풍에도 견디도록 설계됐다던 제주월드컵경기장의 지붕막이 초속 22.5m∼41.9m의 강풍으로 또다시 크게 훼손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8분께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월드컵경기장의 지붕막 19칸 가운데 중간과 동쪽부분 2칸 2,475㎡가 루사의 영향으로 완전히 파손돼 날아갔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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