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9월2일 근대 올림픽 경기의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74세로 작고했다. 그는 19세기와 20세기를 공평하게 37년씩 나누어 살았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올림픽 구호를 만든 사람이 쿠베르탱이다. 이 구호는 지난 1백여 년 동안 몸을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이 그 몸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뛰어온 여정의 간결한 지침이 되면서, 20세기 이후의 스포츠를 '측정된 시간의 감옥'으로 만들었다. 스포츠는 이제 놀이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이자, 세련된 전쟁으로서의 비즈니스다.지난 월드컵 축구대회가 다시 환기시켰듯, 오늘날 스포츠는 상업주의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또는 인종주의)의 온상이 되고 있다. 경기 중계료와 후원 기업 선정 등을 놓고 온갖 농간을 부리는 FIFA가 일종의 거대한 다국적 기업임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몸값'이 수백억을 호가하는 스타 선수들의 경우 그 개인개인이 작지 않은 규모의 기업이다. 그리고 그 '몸값'이라는 말은 인질이나 노예의 표상이라기보다 이제 새로운 귀족 계급의 표상이다. '붉은 악마' 현상에서 잠재적 국가주의를 읽어내는 것은 과잉 해석이겠지만, 이탈리아 언론과 중국 언론의 난폭한 '한국 때리기'가민족주의나 인종주의를 질료로 삼았던 것은 분명하다. 이 상업주의와 인종주의의 합수머리가 되고 있는 것이 대중매체의 선정성이다.
이런 현상은 프로 스포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림픽 경기가 미디어를 매개로 상업주의와 인종주의의 난장이 된 지는 오래다. 실상 로마 귀족의 후예라는 쿠베르탱 자신이 백인 우월주의적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가장 가난한 한국인들까지 스포츠 재벌 박찬호의 승수(勝數)에 과민한 것도 불합리한 민족주의의 한 자락일 것이다. 얼마 동안이라도 그의 승수에 무심해 보자.
고 종 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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