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국가 기간교통망이 한 때 전면 마비되는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1일 오후 태풍이 한반도를 빠져 나가면서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철도의 경우 경부선 철도 교량의 교각이 붕괴돼 1일부터 단선운행을 시작했으나 느림보 운행을 하고 있다. 영동선과 태백선도 교각이 무너져 일부 구간의 소통이 중단됐다. 고속도로는 동해, 88고속도로 등의 일부 구간이 끊겨 있다. 항공기는 1일 오전까지 거의 전 노선이 결항됐으나 오후부터 정상을 거의 되찾았다. 연안 여객선은 32개 항로 38척이 이날 오후 4시부터 재개됐지만 나머지 65개 항로 90척은 2일 재개될 전망이다.
■기간 교통망 최악 마비사태
철도 경부선 경북 김천시 황금동 경호강교 하행선 교각 2개가 31일 오후 붕괴돼 대전-동대구 구간의 철도운행이 전면 중단됐으나 1일 오후부터 재개됐다.
철도청은 현재 상행선 단선만으로 양방향 열차를 운행, 평상시의 70%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어 당분간 열차 지연 및 축소 운행이 불가피하다.
철도청은 "붕괴된 하행선 교각을 가복구하는 데만 10일 정도가 걸리는 데다 안전진단 결과 교각을 새로 설치해야 할 경우 적어도 몇 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혀 경부선의 완전 정상운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영동선의 경우 옥계-안인-강릉구간에서 산사태로 선로가 매몰되거나 노반이 유실되면서 영주-강릉구간 운행이 중단됐고 태백선의 태백-강릉구간도 운행이 중단됐다. 철도청은 "영동선, 태백선의 경우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여수역 침수 및 미평-덕양-신풍간 선로 매몰로 일부 운행이 중단됐던 전라선 은 1일 오후 완전 복구돼 정상운행에 들어갔다.
고속도로, 국도 고속도로의 경우 동해선의 모전-망상, 현남IC-강릉IC, 88선의 가조IC-고령IC구간에서 차량통행이 중단됐다.
한국도로공사는 "통행이 중단됐던 경부와 영동고속도로는 모두 복구가 완료됐지만 동해·88고속도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도도 강릉시 강동면 국도 7호선, 경북 봉화군 국도 31호선, 강원 고성군 국도 46호선, 강원 양양군 국도 56호선, 전북 남원 국지도65호선, 전북 남원시 지방도 65호선, 부산 동래구 온천천하상도로, 전남 여수시 군도 2호선 등이 유실과 도로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다.
항공편 루사가 1일 오후 동해안을 빠져 나가면서 대부분이 정상운항됐다. 그러나 목포와 양양, 여수공항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2일까지 운항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태풍 "루사" 힘의 원천 한반도 편서풍도 약해 속도·방향에 영향못줘/높은 해수온도 탓 "체력" 유지
초속 56.7m의 기록적인 강풍으로 남부지방부터 중부지방까지 전국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 '루사'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루사는 지난달 23일 오전 9시께 괌섬 동북동쪽 약 1,800㎞ 해상에서 발생해 31일 오후 3시께 전남 고흥반도로 상륙할 때까지 이례적으로 줄곧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hPa)에 중심풍속 초속 36m를 유지, '강급'강도의 '대형급' 규모를 유지했다.
통상 열대태평양 고수온대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에너지로 발달하는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낮은 고위도로 북상할수록 힘을 잃어 일본 부근해상까지 오면 약해지기 마련. 또 내륙에 상륙해 산악 등의 지형에 부딪치면서 급격히 힘을 잃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루사는 거의 최상의 힘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에 상륙했고 이후에도 상당시간 그 강도를 유지하면서 전국을 유린했다.
루사가 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남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바다로부터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 받았기 때문.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27∼29도를 보인 남해 먼바다는 지속적으로 수증기를 발생해 루사의 체력을 보강해 줬다.
여기에 한반도 동서로 놓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상층에서 부는 편서풍이 이례적으로 약해 태풍의 이동속도와 방향전환을 막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루사는 한반도를 길게 관통하며 초속 30∼50m의 강풍과 일최고강수량 871㎜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전국을 초토화 시켰다.
루사의 위력은 가장 비슷한 경로를 밟았던 태풍들을 상회한다. 1987년 7월 중심풍속 초속 26m로 고흥반도에 상륙, 대구를 거쳐 동해로 빠져나간 태풍 '셀마'는 사망·실종 345명과 5,966억여원의 인명·재산피해를 남겼다. 95년 7월 전남 여수에 상륙해 울진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 루사의 이동로와 거의 겹치는 태풍 '페이'는 중심풍속 초속 21m과 250㎜이상의 비를 뿌리며 영호남과 제주지방에 피해를 입혔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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