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은 정말 행복하였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월드컵에서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열심히 뛰었고 온 국민은 하나되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 결과 우리는 월드컵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였다. 온 국민이 서로 믿고 이해하며 뚜렷한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되었던 순간이었다.월드컵 때의 정신을 조금만 살렸더라면 온 국민은 이미 새로운 삶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 대회가 끝나자마자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주5일 근무제는 노사간의 협상마저 결렬되고 표류하고 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것은 서면으로 제출된 경영계의 최종 합의안 내용 중 주당 근로시간을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40시간으로 줄이되, 월차휴가는 폐지하고 연차휴가를 축소하며 생리휴가를 무급화하는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노사간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나 끝내 협상이 결렬된 점이다. 문제는 다음 두 가지 사안에 대한 의견 차이였다.
그 중 하나인 임금보전 문제는 법 문안까지 의견이 일치되었다. 다만 노동계는 임금보전 범위에 대하여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하자고 주장하였고, 경영계는 이에 반대하였다. 다른 하나는 15∼25일로 정한 연차휴가의 산정기준이였다. 경영계는 3년마다 하루를 연차휴가로 주자고 한데 반해 노동계는 2년마다 하루를 주자고 했다.
핵심 쟁점이 아닌 사안으로 회의가 결렬될 위기에 봉착하자 노동부는 임금보전문제는 경영계안을 받아들이고, 연차휴가 산정기준은 노동계안을 받아들이자는 절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경영계 대표는 임금보전 내용을 오해한 나머지 정부가 협박하였다고 주장하며 협상을 거부하였다. 결국 노사정위는 더 이상 합의 추진을 중단하고 정부입법을 요청하며 관련 자료를 노동부로 보냈다.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정부가 노사합의를 추진하였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경영계는 심지어 그 동안 합의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다. 2년간이나 협상을 계속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간의 협상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마치 실컷 바둑을 두다가 지레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판을 엎으며 이 바둑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면서 정부가 주5일 근무제를 강요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입법을 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현행법 하에서도 주5일 근무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럴 경우 법정 휴일·휴가제도 등은 전혀 바뀔 수 없어 기업의 부담만 늘어난다. 또한 노사간에 갈등과 분규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시 바삐 그 동안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입법을 하는 것만이 노사간의 부담을 균형 있게 맞추면서, 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제기준에 맞는 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윈윈(Win Win)'의 길이 아닐까.
김성중/노동부 근로기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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