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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1년](1)-2/110층 자리엔 거대한 웅덩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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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1년](1)-2/110층 자리엔 거대한 웅덩이만

입력
2002.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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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개의 엘리베이터, 1,200개의 화장실, 20만 개의 전구, 1,200만 평방피트의 사무실, 하루 상주인구 5만명에 달하는 하나의 소도시. 지난해 9·11 테러로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린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WTC) 붕괴 현장은 왜 이곳을 언론이 '그라운드 제로('round Zero)'라고 부르는지 실감나게 했다.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웅장한 110층짜리 쌍둥이 건물터는 이제 원폭의 피폭 지점을 일컫는 그라운드 제로라는 단어 이외에는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지하 8층 깊이의 웅덩이로 변해버렸다.

■ 참사현장 "그라운드 제로" 현재모습

1년 만에 다시 찾은 현장은 사고 후 거의 반 년 가까이나 연기를 뿜어내던 잔해가 말끔히 치워져 외견상으론 평온한 모습이었다. 서쪽의 관람대에서 바라본 현장에서는 거대한 기중기와 불도저, 콘크리트 외벽을 새로 쌓는 차량들이 분주히 드나드는 등 마치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심 재개발 공사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주위에는 여전히 그날의 상처가 완연하게 남아있다. 건물붕괴의 후폭풍으로 유리창이 모두 깨어지거나 금이 간 주변 건물 일부는 아직도 폐가처럼 비어있고 일부 지하철역 입구도 폐쇄된 상태다. 남쪽의 도이체방크 건물은 '우리는 결코 그들을 잊지 못한다'라는 대형 문구가 쓰인 커다란 성조기를 내건 채 을씨년스런 자태로 서있다. 현장 인근 월드파이낸셜센터에 편집국이 자리한 탓에 피난살이를 해야 했던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에야 건물 복구 공사가 끝나 일부 부서만 되돌아왔다.

뉴요커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그라운드 제로처럼 뻥 뚫어버린 그날의 상처는 WTC 동쪽의 성바오로 성당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성당을 둘러싼 철책에는 희생자들의 유족과 친구, 그리고 이곳을 찾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비탄과 애통, 분노의 헌사를 새겨넣은 각종 티셔츠나 모자, 걸개그림들이 덕지덕지 걸려있다. 이곳에 나붙은 깨알 같은 내용 하나하나에는 모두 눈물겨운 사연들이 담겨있다.

"줄리아, 너는 우리의 영원한 리더였다"(애비에이션고교 밴드부 일동), "우리는 뉴욕소방대원들의 헌신을 잊어선 안 된다", "월남전에서 살아남은 당신이 숨지다니, 신은 무정하기도 하구나."(뉴저지주 포트리의 아내가)

희생자들의 국적이 무려 50여개 국임을 보여주듯 글귀 가운데는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는 물론 일본어, 한자도 있으며 심지어 아랍어까지 섞여있어 눈길을 끈다.

테러현장 주변의 이같은 모습과는 달리 맨해튼 일대는 이제 완연히 일상의 모습을 되찾았다. 동쪽의 나스닥빌딩은 여전히 매일 주식거래가 한창이며 서너 블록 떨어진 월가에서도 매일 아침이면 요란한 타종 소리와 함께 장이 선다. 테러 이후 관람객 격감으로 울상을 짖던 북쪽의 브로드웨이 극장들도 올 초부터는 예년수준을 회복했다. 동쪽 센추리21 백화점 앞에서 기념품 노점상을 하는 중국계 제임스 추씨는 "테러 이후 몰려드는 관람객 덕에 오히려 매상이 대폭 늘었다"며 "FDNY(뉴욕소방서)가 새겨진 모자, 티셔츠와 붕괴 이전의 쌍둥이 빌딩 모습이 담긴 사진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한편 그라운드 제로 복구 방안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뉴욕시 당국은 공모를 통해 7월 일단 6개 청사진을 공개했다. 공모안들은 공통적으로 그라운드 제로의 3분의 1 내지 3분의 2를 추모공원과 사무용 빌딩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으나 시민들의 여론이 아직 모아지지 않아 구체안은 올말께나 나올 전망이다. 뉴욕시의 여론 조사결과 현장에 110층짜리 빌딩을 다시 지어야 한다는 견해와 고층 건물은 안된다는 의견이 거의 반반씩 나오는 등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 F 케네디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맨해튼섬은 여전히 마천루의 숲이었다. 그러나 테러가 1년이나 지났건만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대표했던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맨해튼의 남단은 앞니가 빠진 일그러진 얼굴처럼 무언가 허전한 모습으로 푸른 뉴욕만 위에 출렁이고 있었다.

/뉴욕=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 희생자 보상 어떻게 돼가나

뉴욕시 의료검시관실은 7월 19일 세계무역센터 붕괴 사망자를 2,819명으로 공식집계했다. 이들을 포함해 국방부 청사 희생자 125명과 피랍 여객기 탑승자 등은 크게 세 종류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유족들은 먼저 연방정부가 제정한 9·11테러 희생자보상기금법에 따라 1인당 최소 30만 달러에서 최대 300만 달러(평균 136만 달러)를 받는다. 이는 희생자의 사망 당시 수입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연방보상액은 액수산정 문제가 복잡해 현재 9가구만이 수령했다.

유족들은 또 미 적십자사가 모은 7억 5,200만 달러의 국민 성금과 각 교회와 사회사업단체들이 거둔 11억 3,000만 달러를 분할 지급받게 된다. 뉴욕시의 유족들은 뉴욕주가 별도로 편성한 3,200만 달러를 장례비조로 나누어 받았다.

■9·11한인유족회장 김평겸씨/"동포들 온정에 아들잃은 슬픔 달래"

"그 끔찍한 참사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잃었지만 한인 동포과 이웃들의 따뜻한 온정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난해 9·11 테러 희생자 가운데에는 우리 한인 동포들도 21명이나 포함됐다. 사고 직후 유족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9·11테러 한인유족회'를 이끌고 있는 김평겸(61·사진·미국명 폴 김·뉴저지주 레오니어 거주)씨는 테러 1주년이 다가오면서 슬픔 속에서도 몸은 바쁘다.

당초 유족들만으로 움직이던 기념사업회가 올초 미주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와 연계해 뉴욕 북부 지역에 이민 100주년과 한인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합동테마공원을 조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인들의 성금과 보상금의 일부를 보태 세워질 테마공원은 1차 설계를 마쳤다.

한인유족회는 또 뉴욕·뉴저지 한인교회 협의회가 주최하는 합동추모 예배를 7일 오후 7시 뉴저지 안디옥교회에서 여는 것을 시작으로 일련의 추모 행사를 갖는다. 8일에는 뉴저지 베다니 교회에서 추모연주회가 열리고 테러 당일에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인회관에서 추모기념식을 거행할 계획이다.

김씨의 둘째 아들 재훈(당시 26세)씨는 9·11 당일 세계무역센터 북측타워 93층에 있는 뮤추얼펀드회사 프레드 앨저매니지먼트사에서 증권분석가로 일하다 숨졌다.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에 출근한 지 불과 18개월 만이었다.

지난해 말 아들이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가기 위해 '앤드류김 기념장학재단'을 설립한 김씨는 "한인 테러희생자들은 대부분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이었다"며 "지금도 귀엽기만한 재훈이가 환하게 웃으며 나타나는 꿈을 꾸곤 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뉴욕=윤승용특파원

■ 9·11과 그라운드 제로

●2001년

▶ 9.11:오전 8:45 피납된 AA11 여객기,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빌딩에 충돌.

9:03 UA175 여객기, 남쪽 빌딩에 충돌.

9:30 조지 W 부시 대통령, “테러 공격 받았다”고 언급.

9:43 AA77 여객기, 국방부 건물에 충돌.

10:05 WTC 남쪽 빌딩 붕괴.

10:10 UA93 여객기, 펜실베니아 근교에 추락.

10:28 WTC 북쪽 빌딩 붕괴.

▶9.14:FBI,항공기 납치 용의자 19명 발표.

▶10.5:플로리다 주간지 ‘선’ 사진부장 밥 스티븐슨 탄저균 우편 사망

백색가루 공포 미 사회 전역에 파급, 이후 4명 사망

▶12.11:용의자 자카리아스 무사위 기소

●2002년

▶4.25:테러범 입국 막지 못한 미 이민국(INS) 해체 및 기구 개편

▶5.4:미 일리노이주 등 중서부 17곳 우편함에 파이프폭탄 배달 공포 ,3일 후 범인으

로 대학생 검거

▶5.29:FBI, 테러전담요원 2,178명에서 3,718명으로 증원

▶5.30:그라운드 제로(현장) 잔해 제거 완료.

▶6.5:의회, FBI와 CIA의 사전 대응 실수 청문회 개시.

▶6.6:부시 대통령, 국토안전보장부 신설 발표.

▶7.19:뉴욕시, 사망 및 실종자 2,819명으로 최종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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