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경협추진위 합의 이후 국내 기업들은 남북 경협의 급진전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각종 사업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하는등 대북투자를 조심스레 준비중이다. 일단은 제도 미비에 따른 투자 리스크와 시장선점의 득실을 저울질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암중모색하는 '정중동'의 분위기다.▶대기업 신중론속 대형사업 재검토
삼성, LG, 현대, SK 등 대기업들은 일견 신중한 입장이나 내부적으로 대북 투자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개점휴업' 상태였던 대북 사업팀을 재정비하는 한편 개성공단 개발 등 대형 사업에 대한 긍정적 검토에 나섰다.
삼성은 투자보장협정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 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북한에서 TV, 카세트, 전화기 등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앞으로 생산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물류비와 인력문제 등을 감안할 때 매력적인 사업지"라며 "인건비가 높은 사업들을 해외로 이전하는 대신 개성공단으로 옮길 경우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업을 주관하는 현대 아산은 공단부지에 대한 측량과 토질 조사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이어서 당국간 협의가 이뤄지는 대로 착공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또 연내 육로관광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광버스와 숙박시설 등을 최대한 확충하는 한편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 "가자 개성으로"
북한에서 임가공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이번 합의로 물류비용 및 시간 단축, 리스크 부담이 완화할 것으로 보고 사업확대를 모색하는등 기대에 부풀어있다.
제일물산, 한국단자, 삼화테콤, 한국코아등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10개 회원사는 개성공단이 완공되면 평양의 공장을 즉각 이전할 방침이다.
현재는 인천에서 평양까지 원자재를 보내는 데 14일이나 소요되지만 육로를 이용해 개성으로 운반하면 1∼2일로 족하기 때문.
박병찬 전자조합 상무는 "안전에 대한 보장만 확실하면 중국으로 옮길 노후시설을 북한에 가져가 활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나 민족적으로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란제리 전문기업 엠에스클럽측은 이번 합의가 실천되면 현재 월 3만∼4만장의 란제리를 생산하는 남포의 생산시설을 2년내 3∼4배로 늘리는 대북사업 확장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적한 선결 과제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합의로 개선된 남북 경협 분위기가 투자 및 합작사업 활성화로 연결되려면 북한의 용수, 전력등 산업 인프라와 투자 보장 등 제도적 안전망이 조속히 완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L'그룹 관계자는 "기업들이 남북 경협 확대에 많이 기대하면서도 북한의 투자 여건이나 과거 경험 등을 고려해 움츠리게 된다"고 말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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