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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동의보감을 누구나 읽기쉽게

입력
200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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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준 엮음·동의과학연구소 옮김 휴머니스트 발행

민족 의학이 집대성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일반인들도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로 완역된다. 동의과학연구소(소장 박석준 호서대 교수)는 1993년부터 번역작업에 들어가 최근 3,000여 개의 역주를 단 번역본 1권 '내경(內徑)' 편을 내놓았다. 몸 안의 세계를 다루는 내경 편은 동의보감이 기초하는 세계관과 인체관을 집약하고 인체를 다루는 본질적 요소인 정(精), 기(氣), 신(神) 등을 설명한다. 동의과학연구소는 내년 여름 '외형(外形)'을 2권으로 내놓는 등 2007년까지 전 5권을 출간, 번역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허 준(1546∼1615)이 1613년에 펴낸 동의보감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는 민족 의학의 보고. 조선 사람들의 신체관, 생명관, 그들이 앓았던 질병과 처방, 양생법 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도교사상을 중심으로 유가·불가의 사유체계까지 포괄하고 있다. 박석준 교수는 "동의보감은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빼어난 정신적 유산 중 하나"라며 "나와 가족의 몸, 나아가 사회를 이해하고 다스리는 법을 일러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소설과 드라마의 소재로도 활용됐고 '상역(祥譯) 동의보감'(허 민 옮김·1974년 남산당 발행)과 북한에서 나온 '동의보감'(전5권·북한동의학연구소 옮김·1992년 여강출판사 발행) 등 앞선 번역본도 있지만, 이번 책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두드러진 것은 역주를 달았다는 점. 박석준 교수는 "그동안 나온 번역본 가운데 인용문의 출전을 조목조목 밝힌 책은 없었다"며 "동의보감은 고려, 조선 초기와 중국의 여러 의서를 인용해 엮었기 때문에 출전을 정확히 알아야 책의 내용과 허 준의 편찬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은 판형을 3종류로 나누는 등 일반인이 읽기 편하게 했다는 점이다. 1,987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A형(국배판)은 전문가용으로 특히 40대 이후 시력이 떨어진 독자를 고려해 활자와 판형을 키웠다.

B형(신국판)은 학생용이며 C형(46판)은 지하철 등에서도 읽을 수 있는 휴대용 크기다. 가격은 각각 13만원, 6만8,000원, 3만8,000원. 여백을 많이 두고 역주를 옅은 금색으로 처리한 것도 일반인의 독서 편의를 돕기 위한 것.

번역작업에는 박교수 외에 김교빈(한국철학) 최종덕(자연철학) 이현구(한국철학) 조남호(동양철학) 황희경(동양철학) 이동철(동양철학)씨 등이 참여, 각자의 전공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동의보감을 해석하고 인용문의 출전을 확인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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