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27일 각 방송사에 공문을 보낸 것은 공당(公黨)의 언론관을 의심케 함은 물론, 언론에 대한 오만한 자세마저 느끼게 한다. 당 공정방송특위 명의로 발송된, '불공정보도 시정촉구'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방송사들이 불공정 방송을 하고 있다며 몇 가지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얼굴을 낸 것, 정연씨의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쓴 것 등은 '이회창 후보 흠집내기'라고 주장하며 시정을 요구했다.원론적인 말이지만,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현상 가운데 어떤 것이 뉴스가 되는 것인지의 판단은 전적으로 언론의 고유권한이다. 또 뉴스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룰 것인지의 여부를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자유란 바로 그 같은 활동을 보장하는 데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한나라당의 공문 발송은 누가 보아도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애당초 이정연씨가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었기에 소위 병풍수사가 뉴스거리가 되었다는 것을 잊은 것인가.
물론 언론의 자유도 무제한적이지 않다. 언론 스스로 오보를 하거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일이 없도록 무한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언론보도로 피해를 보았을 경우 얼마든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또 현행법도 여러 피해구제 절차를 보장하고 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당했다면 한나라당도 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했다. 언론보도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협박성'의 문서를 만들어 방송사에 돌릴 일이 아니다. 설사 피해가 있더라도 이정연씨나 그 가족들이 우선적인 피해당사자로 나서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먼저 나서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한나라당=이회창씨 사당'이란 평가는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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