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주일씨와 절친했던 가수 하춘화(47)씨는 아직도 고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 선생님이 어딘가에 살아계실 것만 같다" 며 "각종 추모특집 TV 프로그램에 나가 애도의 말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라도 환하게 웃으며 달려올 것 같아 그러지 못한다"고 말했다.그녀가 고인의 부음을 접한 것은 27일 오후5시께. 부산에서 열린 콘서트 낮 공연을 마친 직후였다. 이날 오후 3시15분 고인이 타계하자마자 유족이 그에게 전화를 했지만 공연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저녁 공연을 어떻게 마쳤는지 모르겠어요. 두 달 전만 해도 '건강해지면 같이 공연을 해야지'라고 말하던 분이었으니까요. 진짜 꿈을 꾸는 기분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춘화씨는 1974년 고인을 처음 만나 지금까지 5,000회 이상 공연을 같이 했다. 특히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때 공연도중 기절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바로 그였다. 평소 "이 선생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던 하씨는 빈소에서 "생명의 은인인 그 분에게 나는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고 통곡했다. 고인도 평소 "내 인생의 두 사람을 꼽으라면 하춘화와 박종환"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둘은 가족처럼 가까웠다. "영결식에서 조시(弔詩)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고사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가족이 조시를 낭독하는 경우를 보셨습니까."
29일 영결식에서 맨 앞 좌석에 자리했던 하씨는 "스케줄 때문에 분당 자택에서 치러진 노제에 참석하지 못한 게 한스럽다" 며 "대중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공인 신분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을 친아들처럼 대한 아버지 하종오(81)옹이 "이런 불효자를 봤나.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은 아무리 효도를 했어도 불효자"라며 슬퍼했다고 전했다.
하씨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추모공연을 마련하고 장학재단 설립, 기념관 건립 등 고인의 삶을 기리기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앞장 서겠다." 며 "장례식 때 보여준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에 이 선생님을 대신해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