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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종상, 다시 태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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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종상, 다시 태어나려면

입력
200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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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 최고 전통의 대종상이 또 다시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이 최근 2000년 제37회 대종상 신인여우상 수상자-'진실게임'의 하지원-선정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혐의를 잡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이번 사태는 가뜩이나 추락한 대종상의 위상에 치명적 일격을 가할 성 싶다. 1996년 '애니 깽'(감독 김호선)이나 2001년 '하루'(한지승) 등 대종상 수상과 연관해 그 동안 크고 작은 심사부정 의혹이 줄곧 제기되어 왔으나, 이처럼 금품 수수로 인해 검찰이 전격 수사에 착수한 건 처음이다.

우선 궁금한 건 과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이며, 그 범위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여부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판명되어 그 누군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수사 방향이 영화상 전체로 나아간다면, 대종상은 존폐 위기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영화계 전체가 검은 커넥션으로 인해 크게 휘청거릴지도 모른다.

사실 대종상만 놓고 보면 이 상은 그간의 추문만으로도 무용론에 봉착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앓고 있었다. 게다가 몇 개월 전부터 우리 사회를 강타한 연예계 비리 탓에 영화계 역시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 받고 있던 참이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다.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이제 대종상은 근본적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간의 '눈 가리고 아웅' 식 제스처가 아니라 환골탈태의 근본적 변신이 요구된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39년이나 된 국내 최고 연륜의 영화상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진 않으니까.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심사과정의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해 시비를 없애거나 최소한 줄여야 한다. 외부에서의 별다른 요구가 없더라도, 심사 때 오가는 논의들을 정확히 기록해 바로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 있다. 심사위원 구성에 영화계 인사들만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인사들이 이런저런 사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 인물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관부처의 압력 혹은 조언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중립적이고 참신한 인물들. 그들은 지금처럼 사회적 명성이나 예우, 연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선정되어야 한다.

주요 고려 사항은 또 있다. 그 중립적 인사들에게도 영화에 대한 일정 정도의 전문성과 식견, 애정 등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목하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점 중 하나는 최소한의 기본적 자질조차 없는 인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의 권위나 공신력을 기대한다는 건 연목구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주장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대종상 주관처가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대종상이 살기 위해 이루어져야 할 최선책은 한국영화인협회가 당장 대종상 주관에서 손을 떼는 일이다. 전통을 자랑하는 그 조직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대종상에 대한 불신은 거의 전적으로 협회 자체에 대한 불신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젊은 영화인들이 주축인 영화인회의가 주관을 해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니다. 작년의 실패가 예시하듯, 두 단체가 적극 협조해서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새 인물들로 이루어진 새 부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백컨대 난 이렇듯 근본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고 여기고 있다. 영화상 주관 주체가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종상 집행위원회를 별도로 꾸리고 상시 사무국을 운영하고 하는 등 그 어떤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다 한들 무위로 돌아가기 십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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