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개 방송사에 보낸 '불공정 보도 시정 촉구' 공문 및 MBC 국정감사 실시 방침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편파 보도에 대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MBC 등 방송사는 "방송 장악 기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방송사간의 공정성 시비는 그 동안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양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한나라당은 공문에서 방송이 검찰이 흘린 정보와 김대업(金大業)씨의 일방적 주장을 보도하고 있고 이정연(李正淵)씨의 얼굴을 자주 내보내 범법자 취급을 하고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반복 사용, 이 후보를 흠집 내고 있다며 "이런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나라당은 MBC의 편파성과 관련,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에 대한 군사정부의 사형 선고를 다룬 '오늘의 역사'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MBC는 이 프로그램에서 "사상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꼽히는 이 재판에는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인 이회창씨가 심판관으로 참여했다"는 멘트와 함께 이 후보의 사진을 클로즈업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한나라당이 MBC를 국감 대상에 넣는 쪽으로 감사원법을 개정하려는 것도 결국은 방송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방송사도 최강의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MBC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방송은 상법 상의 주식회사인 만큼 국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 뒤 "한나라당이 방송사를 정치권 통제 아래 두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4개 방송사 노동조합과 언론단체들도 "거대 야당의 횡포" "언론 길들이기" 등으로 한나라당을 비난한 뒤 "한나라당은 군사정권적 '신보도지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당 일각에서 "공문 내용이 다소 지나치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는 있지만 한나라당의 대체적인 흐름은 강경 대응쪽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30일 의원총회서 "문화방송 사장이 병역 비리를 대선 때까지 크게 보도하라고 지시한 문건을 입수했다"며 "문화방송이 칼을 뽑아 한나라당을 찌르기 시작했다"고 말한 데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반면 문화방송은 "서 대표의 의원총회 발언은 의도된 날조로,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방송은 또 조만간 기자총회 등을 통해 "한나라당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키로 했다.
민주당도 이날 한나라당이 방송4사에 보낸 협조요청문을 신보도지침으로 규정, 격렬히 비난했다. 문건 자체의 심각성뿐 아니라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검찰의 병풍 쟁점화 요청' 발언 파문을 덮을 수 있는 호재라는 점이 민주당의 전의를 더욱 자극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의총에서 "한나라당이 방송 4사에 협박문을 보냈는데 이는 계엄령 아래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한나라당의 독재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한나라당의 신보도지침은 군사독재에서도 어려운 것으로 가슴이 답답하다"(정균환·鄭均桓 총무) "한나라당 요청대로라면 정연씨는 이 후보 아들이 아니라는 것인데 아무리 정치가 냉혹하다 해도 그래서야 되느냐"(설훈·薛勳 의원) 는 등의 원색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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