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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리 첫 방북 의미/한반도 정세 "격변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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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리 첫 방북 의미/한반도 정세 "격변 기류"

입력
200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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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에 급격한 변화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변화의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다. 그 진앙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내달 북한 방문이다. 이는 북일관계 개선이라는 양국간 차원을 넘어 한반도 구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해방 이후 수십년 동안 적대적, 대립적 구도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한반도는 냉전체제가 붕괴하면서 평화구도 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다. 한러, 한중 관계는 우호적으로 변했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당사자간에도 화해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북일, 북미간 대립적 관계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지렛대로 남한, 미국, 일본을 상대로 위험한 '생존의 게임'을 벌이고 있어 '2003년 한반도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은 평화와 위기를 넘나드는 한반도 구도를 평화 쪽으로 확실하게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 총리로는 처음 북한을 방문한다는 사건적 역사성과 함께 한반도 구도의 세 축, 즉 남북, 북미, 북일 관계 중 한 축이 평화적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데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 구도의 세 축 중 남북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대세는 순항 쪽으로 잡혀있다. 2차 경협추진위에서 경의선 내달 착공 등 굵직한 합의가 마련되고 이산가족 상봉도 계속 이루어지는 등 비교적 전망이 밝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남북간 노력만으로 해결되기에는 국가간 이해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무엇보다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대화를 통한 평화모색에 확실하게 동의하지는 않고 있다. 민주당 정권과는 달리 미국의 공화당 정권은 자신들의 세계전략에 장애가 되는 북한을 힘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는 듯하다. 미국은 한 손에는 내달 특사 파견이라는 대화의 수단을, 다른 한 손에는 조기 북한 핵사찰을 압박하는 힘의 논리를 가진 채 선택을 저울질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은 미국의 한반도 접근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가 이번 방북을 크게 환영하는 저변에는 남북관계의 순항, 북일관계의 진전이라는 두 축의 흐름이 다른 한 축인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기대와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사실 정부는 미국의 민주당 정권 시절에는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획기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이 방식이 어려워지자 북일관계 개선을 돌파구로 모색한 측면이 있다. 일종의 외곽을 때리는 외교전략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은 시장경제적 원리를 조금씩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국으로부터의 경제학습에도 열중이다. 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남북철도와 시베리아 철도 연결문제가 주의제가 될 정도로 경제는 북한의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도 평양에 특사를 파견, 일단 대화의 리듬을 탈 예정이다. 이런 흐름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이라는 메가톤급 사안과 맞물려 한반도 구도를 평화쪽으로 정착시키는 데 의미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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