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탕에 붉은 점들이 박혀 있다. 물 속에 붉은 구슬들이 흩뿌려진 것 같기도 하고, 하늘을 떠다니는 붉은 풍선들 같기도 하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이 붉은 점들은 산불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지난주 테라 위성이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우림 지역 산불 사진들을 공개했다. 특히 중동부 시베리아 레나강 유역 삼림 화재는 여러 점들이 이어져 띠나 고리모양을 하고 있다. 그 규모의 방대함을 짐작할 만하다.■ 문제는 이 불들이 방화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더러는 자연발화도 있지만, 대부분은 화전이나 목초지를 얻기 위한 방화이거나, 개발을 쉽게 하려고 벌목을 한 뒤에 불을 놓은 것이다. 이런 불로 인해 아마존 지역에서는 지난 10년간 서울 면적의 26배에 달하는 산림이 사라졌으며, 아시아에서 제일 넓은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우림 지역에서는 걸핏하면 휴교령이 내려지고 항공기 운항까지 중단된다. 매연으로 인한 호흡기 장애가 전염병 피해보다 크다.
■ 산림뿐이 아니다. 방목형 목축업의 증가로 중국 미국 멕시코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빠른 속도로 광활한 초지가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베이징(北京) 북부 교외지역까지 사막화한 중국에서는 천도론(遷都論)이 나올 정도고, 멕시코에서는 사막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속속 고향을 등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숲을 올리브 농장으로 개간하는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같은 곳은 벌써 사막화 피해가 심각하다. 잘 사는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 26일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개막된 세계 환경정상회의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아시아 서남부의 하늘을 뒤덮고 있는 갈색구름의 위력을 보고했다. '죽음의 구름'으로 불리는 3㎞ 두께의 이 오염된 공기층이 햇볕을 막는 차양막 역할을 해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을 폭우와 가뭄으로 할퀴고 있는 기상이변도 이 구름층과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 한다.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재앙은 벌써 시작됐는데, 이제야 대책을 논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그나마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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