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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지하철 책 열차' 오늘 끝나

입력
200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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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북 메세(지하철 책 열차)가 31일로 끝납니다. 메트로 북 메세는 지하철에 책을 비치, 승객들이 열차 안에서 자유롭게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4월4일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신선하다는 등 시작 전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메트로 북 메세는 그러나, 처음부터 일부 승객이 열차 안에 둔 책을 무단으로 가져가면서 난항을 겪었습니다. 3,000여권이 비치됐는데 일주일마다 1,000여권씩 사라졌던 것이지요. 가져간 사람에 대한 질타도 질타지만, 이 때문에 메트로 북 메세의 좋은 취지도 빛이 바래기도 했습니다.

책이 없어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승객들이 읽을 수 있도록 책을 내놓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메트로 북 메세를 운영한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주부 교사 목사 등 7, 8명이 책을 기증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협회로 전화를 걸어 자기가 읽은 책 가운데 내용이 좋고 감동적인 것들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한 뒤 우편으로 10~20권씩 포장해 보내왔습니다. 협회는 이들 책을 열차 서가에 꽂아두고 승객들이 읽도록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서울은행 광진지점에서는 지점내 문고를 정리하면서 소장하고 있던 책 300여권을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만화부터 소설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협회는 이들 책을 몇 차례에 걸쳐 열차에 비치했습니다. 이들 외에도 가끔 1, 2권씩 서가에 책을 꽂아두는 승객도 있고, 한순간 책을 가져갔지만 다시 갖다 놓은 승객도 있었습니다. 혹시 누군가 책을 가지고 내리려 하면, 다른 승객들이 말리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나중에는 분실 도서가 일주일에 200권 안팎으로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책이 한 권도 사라지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어디 꼭 그렇게야 되겠습니까.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은 “메트로 북 메세를 운행하는 데 돈도 많이 들고 책도 관리해야 하는 등 신경 쓸 것이 적지 않다” 며 “그래도 열차 안에서 열심히 책을 읽는 승객과, 자기가 읽던 책을 기꺼이 내놓은 기증자들이 있어서 힘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협회와 공사는 내년에는 운행 노선을 더 확대해 하기로 하고, 조만간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행사라면, 작은 시행 착오에 흔들리지 말고 계속돼야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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