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안정 대책이 실제 시장에 안정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정부 대책들이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식이어서 제도간에 상충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과열을 해소하는 데 급급해 몇 개월 사이를 두고 서로 상반된 정책을 내놓는 등 도무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재건축요건 강화 대(對) 주택공급 확대
대표적인 예가 '8·9 대책'에 포함된 재건축 요건 강화. 이 제도로 인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지연돼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가격 및 주거안정 정책이 후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서울에는 더 이상 신규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어 재건축을 하지 않는 한 아파트 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당장의 재건축아파트 가격이상 급등만을 우려해 재건축 사업 자체를 어렵게 하는 조치가 계속 나오면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조합주택 가입조건 강화방침도 마찬가지. 정부는 지역조합주택 가입조건을 사업지가 속한 시·군·구 거주자로 제한했지만 이로 인해 조합아파트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양도소득세 면제 대 기준시가 인상
내년 6월까지 적용되는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조치는 최근 국세청이 추진하는 아파트 기준시가 인상조치와 배치된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활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이 조치로, 한쪽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양도세 과세의 기준이 되는 기준시가를 인상하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분양가를 다시 규제하겠다는 방침 역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분양가가 낮은 아파트일수록 떴다방이나 투기꾼 등 가수요가 몰려들어 시세차익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세력에게 돌아가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시가만 높일 경우 뒤늦게 분양권을 구입해 입주하는 실수요자들은 웃돈은 웃돈대로 주고 양도세도 높게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분양권 전매제한 대 무주택 우선공급
건설교통부는 서울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9월부터 신규 분양 아파트는 분양계약 후 1년이 지나고 중도금을 2회 이상 납입한 분양권만 전매할 수 있도록 분양권 전매제한제를 실시한다. 그러나 이는 5월부터 시행된 무주택우선공급제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 무주택우선공급제를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무주택세대주들이 중도금 납입에 부담을 느껴 분양권을 전매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는 결국 무주택세대주들에게 피해를 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정부의 조치들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한다는 목적만 있을 뿐, 제도간 이해상충 부문은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계획적이고 단편적인 조치로 인해 건설경기 전체가 급속 냉각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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