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34)과 홍명보(33·포항)를 오랫동안 지켜본 축구인들은 한결같이 "둘도 없는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말한다.실제 나이로는 동갑(1968년생)인 이들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후 각각 공격과 수비를 책임지며 한국축구의 쌍벽으로 군림해왔다. 한일월드컵 이후에도 둘의 축구인생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4강 신화의 주역이지만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은퇴를 고려해야 할 입장인 이들은 불투명한 앞날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새로운 모험을 결심했다. 일본 J리그를 청산한 황선홍은 29일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홍명보는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10년만의 유럽진출 고민 끝에 터키 1부리그 트라브존스포르 입단을 결정한 황선홍은 30일 이적료 없이 연봉 50만달러(약6억원)에 1년 계약할 예정이다. 92년 독일 2부리그 부퍼탈에서 활약했던 그는 10년만에 유럽리그에 다시 나서는 이색경력을 쌓게 된다. 당시 잦은 부상과 수술로 분데스리가 정착에 실패했던 그는 이제 체력적인 부담까지 감내해야 할 나이에도 불구, 터키리그 적응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터키리그는 그리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을용이 함께 뛰는 만큼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주성 MBC해설위원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유럽무대에 도전하는 그의 의지는 차세대 선수들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홍은 1년 계약이 끝나면 미국프로리그(MLS)에 진출할 계획이다.
아메리칸 드림 28일 포항과 LA갤럭시의 이적협상이 결렬돼 미국 진출 기회를 놓친 홍명보는 "소속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논란을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은퇴 후 체계적인 선진축구를 배우겠다고 선언한 그는 "다시 제안이 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축구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다 영어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어 연봉 등의 조건에는 그리 연연치 않겠다는 각오다. 은퇴 뒤에도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존재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