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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모 드러난 사이버계좌 도용 사건/손발 안맞은 작전… 실패한 머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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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모 드러난 사이버계좌 도용 사건/손발 안맞은 작전… 실패한 머니게임

입력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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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의 기관투자가 계좌를 도용해 250억원대의 주식을 불법매수한 사건은 전·현직 증권사 직원들이 사채업자 자금으로 기업사냥을 한 뒤 '작전'으로 거액의 차익을 챙기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기매수 사실이 일찍 포착돼 매도대금 인출이 금지되는 바람에 결국 돈을 챙기지 못한 '실패한 작전'으로 막을 내렸다.

▶주식수 적고 주가 낮은 등록기업 표적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기업 인수·합병(M& A)의 귀재로 알려진 전·현직 증권사 직원들이 주도했다. 주범은 대우증권 투자상담사 출신인 정모(37·도피중)씨와 해외에서 압송된 대우증권 직원 안모(33)씨의 형(39·D증권 투자상담사).

이들은 지난 6월 총 주식수가 적고 주가가 1,000원대에 머물던 코스닥 등록기업 델타정보통신을 M& A 표적으로 삼았다. 정씨 등은 이 회사 대주주 이모씨 등 3명에게서 경영권을 넘겨 받기로 하고 장모씨 등의 명의를 빌려 이들이 소유한 270만주를 70억원에 인수했다. 정씨 등은 계약금으로 7억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63억원은 주가가 상승한 뒤 사채업자에게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갚기로 했다.

이후 정씨와 안씨의 형은 K증권 차장 임모(34)씨 등 증권사 직원 2명이 포함된 작전세력 4∼5개팀을 끌어들여 지난달 2일 1,310원이던 주가를 22일 5,460원까지 상승시켰다. 이어 23일 오전 대우증권 직원 안씨에게 500만주 매수주문을 내게 한 뒤 5,300원대에 일시에 팔아 치웠다. 안씨가 불법 매수주문을 낼 당시 안씨의 형과 임씨 등 작전세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모오피스텔에 모여 안씨와 핸드폰 통화로 매수·매도 타이밍을 정해 20만∼35만주씩 115만주를 매도했다.

▶동조세력 이합집산으로 3차작전까지 진행

앞서 지난달 2일 1차 작전에 나선 정씨 등은 주가를 2,360원(7월15일)까지 끌어 올렸으나 다음날 추가 매입자금 부족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서 자금을 융통했다. 하지만 2차 작전으로 2,820원(7월19일)까지 올랐던 주가는 작전세력 일부의 이탈로 2,190원(7월25일)까지 빠졌다. 정씨는 다른 작전세력과 연대, 곧바로 3차 작전에 나서 22일 주가를 5,460원까지 올린 뒤 다음날 5,300원대에 매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등의 목표주가는 당초 6,500원대였으나 일부 작전세력이 중간에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이탈하는 바람에 5,300원대에서 매도 타이밍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작전에 가담한 증권사 직원들은 "기관계좌로 매수하더라도 매수자와 매도자의 신원이 그렇게 쉽게 파악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 정씨 등은 주가조작 중간에 챙긴 시세차익과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경영권 인수 잔금 63억원 중 61억원을 지급했으나, 2억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영권을 넘겨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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