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9월 5일부터 이틀간 반미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에는 미국과 해외의 저명학자 20여 명이 초청돼 외교관들을 비롯한 50여 명의 정부 관리들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반미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것은 그만큼 악화하는 국제 여론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미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발표 자료도 언론에 배포되지 않는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국무부 산하 정보조사국(BIR)이 수개월 동안 이 세미나 준비 작업을 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세미나의 목적은 전세계의 다양한 반미주의의 뿌리를 캐고 그들이 표방하는 주장들을 분석한 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이어 "미국의 정부 관리들은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왜 미국을 싫어하고 어떻게 반박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미주의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은 미국 정부의 공식 견해가 아니며 단지 전문가와 관료 간의 의견교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9·11 테러는 반미주의가 집약된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고 보고, 유럽 러시아 및 이슬람권에서의 반미주의 현상에 대한 장기적인 조사분석 작업을 진행해 왔다. 매디슨 애비뉴 광고업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샬럿 비어스를 차관으로 영입해 중동 지역에 대한 홍보 활동을 강화한 것도 그 일환이다.
비어스 차관의 프로그램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이 아랍계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하지만 이같은 인터뷰는 '쇠 귀에 경읽기' 식으로 이슬람권의 외면을 받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슬람권 불만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미국식 논리만을 말해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는 미국 대외홍보 전략의 새 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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