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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일줄 모르는 집값 도대체 왜/"정부대책 못믿어… 사두면 오른다"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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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일줄 모르는 집값 도대체 왜/"정부대책 못믿어… 사두면 오른다" 팽배

입력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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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상승세는 백약이 무효인가. 정부가 주택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재건축 규제, 기준시가 인상, 자금출처 조사, 가격담합 조사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쏟아내며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8·9대책 발표 직후 강남지역의 일부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 올들어 벌써 3번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주택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파트 가격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강동, 목동 아파트 등 주요 현장 점검을 통해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원인과 실태를 짚어본다.

■가격 상승 기대심리 요지부동

잇따르는 안정대책이 나왔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외환위기라는 돌발사태로 한 차례 급락을 경험한 이후 지금까지 4∼5년 간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적어도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부동산 시장의 불패신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강남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기 시작, 정부가 칼을 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강보합 수준을 지켜냈다는 자신감이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이고 있다. 빠지지 않는 강남의 집값은 다시 다른 지역 집값까지 상승 기대감으로 물들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강동구 고덕동 한양공인 김진원 사장은 "아파트 가격은 강남을 중심으로 외곽지역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다"며 "또 강남은 다른 지역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강남 아파트값에 따라 우리 아파트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심리가 시장에서 자연히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정책에 대한 불신

현장에는 정부 정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겉보기에 강력해 보이는 정책에 대해서도 엄포용으로 생각하거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치동 S부동산 관계자는 "주민들 누구도 정부 정책을 믿지 않는다"며 "심지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 다음 정권에서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고덕동 A공인 관계자는 "고덕 주공1단지의 경우 안전진단을 아직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가격도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권교체기인데다 정부 정책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민선 구청장이 주민들의 편이라는 믿음도 아파트 소유자들이 선뜻 가격을 낮추지 않도록 만든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주민은 "강남구청장의 선거 당시 슬로건이 '부자되세요'였다"며 "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아직 구청에 있는데 구청장이 재건축 추진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넘치는 자금

저금리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도 주택시장의 과열이 진정되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금리가 낮아지고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부동산담보대출 확대에 나서면서 자금조달이 쉬워짐에 따라 예전처럼 '큰손'이 아니더라도 쉽게 투기대열에 합류할 길이 열린 것이다. 고덕동 주공1단지 양한준 조합장은 "3억원짜리 아파트를 2억1,000만원 융자에 전세 5,000만원을 끼면 4,000만원에 살 수 있다"며 "은행이자라고 해봐야 1년에 1,000만원을 조금 넘는데 3억원짜리 아파트가 1년에 이 정도 안 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 일반화하고 심지어 계약금까지 대출해주는 아파트가 생겨나면서 자금여력이 없는 상당수의 일반인들까지도 가수요나 투기세력으로 돌변하고 있다. 목동7단지 인근 부동산플러스 차병열 사장은 "저금리에다 아파트담보대출이 쉬워지면서 자금사정 때문에 집을 팔려고 하는 '급매물'이 사라져가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공급부족

외환위기 이후 주택공급이 감소하고 서울에 아파트를 지을 택지가 줄어들면서 수급불균형이 심해졌다.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향후에도 주택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서울의 주택건설 실적(사업계획 승인 및 건축허가 기준)은 9만8,38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8,347가구보다 103.5%나 증가했지만 이중 다세대주택이 6만7,424가구(68.5%)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아파트는 2만6,302가구(26.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47가구(48.1%)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양한준 조합장은 "재건축 때문에 값이 폭등했다기보다 공급이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라며 "재건축 지역의 용적률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정부안정대책 변천사/고장난 레코드인가… 주택정책 "재탕 삼탕"

올 들어 정부가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거론된 내용 중 상당수는 귀에 익숙한 내용들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정책을 그대로 뒤집어 놓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이후 정부는 경기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매달렸고 98년 한 해 동안 주택시장의 각종 규제를 잇따라 없앴다. 분양가 자율화 조치, 토지거래 허가 규제 철폐, 소형평형 의무비율제 폐지 등이 모두 이 때 나왔다. 98년 8월 분양권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대표적인 활성화 대책이었다. 99년 1월부터 민영아파트 청약1순위 제한 규정이 폐지됐고 재당첨제한(2년) 규정도 사라졌다. 2000년 3월에는 청약통장 가입자격을 20세 이상이면 세대주 여부와 관계 없이 누구나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소형평형 의무비율제의 부활을 시작으로 사라졌던 제도들이 하나 둘씩 다시 등장했다. 3·6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지역에서 분양권 전매를 1년 동안 제한하도록 했고 후속 대책으로 분양가 규제도 시작돼 서울시의 권고를 받은 동시분양 참여업체들이 분양가를 낮추기도 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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