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확정한 2002년 세제개편안 내용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재벌의 변칙 상속과 증여를 막기 위해 과세를 대폭 강화한 부분이다.그동안 복잡한 자본거래를 이용한 재벌의 '부의 대물림'을 제재할 수단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고액 재산가들의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통한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과세를 강화한 이번 세제개편안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평가할 만하다. 외환위기 이후 부유층들이 재산을 편법으로 상속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면서, 사회 일각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재벌들은 특히 주식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 사채를 정상적인 거래처럼 주고받으며, 재산과 경영권을 2세에게 넘기고 세금을 피하는 방법을 애용해 왔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 단체들이 편법 상속을 막을 수 있는 세제 보완장치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이 같은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정부는 특수관계자로부터 증여받거나 매입한 비상장주식이 3년 내 상장될 경우 부과하는 상장 시세차익 과세대상 시한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재벌 2세 등이 상장 시세차익 과세를 피하기 위해 비상장 법인의 지분을 확보한 뒤, 그룹의 상장 주력회사와 합병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경우도 새로 과세키로 했다. 형태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부의 증여가 이뤄지는 것으로 간주되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유형별 포괄주의'를 전면 확대한 것은 공평과세라는 측면에서 눈에 띄는 진전이다.
자본거래를 통한 재벌들의 세금 회피 수법은 제도상의 허점과 틈새를 파고들며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를 일일이 다스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의 대응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실현은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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