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의 통상압력 시비까지 촉발했던 참조가격제 시행을 놓고 또 마찰과 논란이 일고 있다.보건복지부가 29일 고가약 처방 억제를 위해 참조가격제를 연말까지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민·소비자단체 등이 "약값만 오르게 된다"며 반발하고 국회 보건복지위도 같은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복지부 '연내 시행'의지
의사협회도 "의사의 처방권을 박탈하는 처사"라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혀 이 제도가 현실화하기 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이 제도 시행을 위해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미 11개 동일 효능군 4,514개 품목(건강보험 대상 의약품의 28%)을 적용대상으로 결정했고, 참조가격수준은 1일 평균 약값의 두배로 정했다. 이에 따라 해열진통제 등 488개 품목이 참조가격수준을 넘어 초과액은 환자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환자부담 얼마나 느나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실제로 약값 부담은 어떻게 될까. 특허신약 등 고가약 선호경향이 지속될 경우 배 정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대중적이면서도 고가인 타이레놀 해열제의 약값 총액은 660원(1일 평균 투약비용 기준). 이약의 참조가격은 346원으로 초과액인 326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참조가격전 본인부담금(총액의 30%)을 추가하면 총 416원을 부담하게 돼 부담액이 종전의 2.1배에 달하게 된다.
복지부도 전체적으로 연간 1,200억원 이상의 추가부담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참조가격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약품비 부담이 연간 최고 500억원 이상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협 모두 '반대'
시민단체들은 환자가 처방약품 선택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자 부담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문혜진간사는 "환자부담 증가가 예상되고 고가약 억제효과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표정도 마뜩치 않다. 의사협회 주수호(朱秀虎)공보이사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환자들이 적합한 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막게 된다"며 "또 약효동등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품을 효능군별로 묶어 의사들의 처방권마저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압력 파고 돌파도 숙제
이런 가운데 복지부장관 경질 로비설까지 낳았던 다국적 제약사 등의 통상압력을 견뎌내고 참조가격제를 시행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고가약의 대체약 중에도 값싸고 좋은 약이 많지만 의사들이 고가약 처방을 선호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또 다수의 선진국들이 참조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통상문제는 설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참조가격제란
참조가격제는 같은 효능의 약품군 별로 일정가격을 정하고 고가약을 처방할 경우 초과액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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