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국민의 뜻"한나라당은 28일 장대환(張大煥)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해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하면서 "검증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청와대가 먼저 국정 혼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국정 공백 책임론을 서둘러 차단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왜 제대로 된 사람을 추천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도덕성을 중시하는 국민의 뜻을 의원들이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DJ식 정실·오기 인사가 부른 예고된 참극"이라며 "하자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던 청와대 관계자와 검증 책임을 진 국정원장을 엄중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부결 당론이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인 만큼 민주당과의 정면 충돌에 대비해 결속과 전의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표결에 앞서 아침부터 동의안 찬성에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거듭 발표하는 등 부결 분위기를 조성했다. 본회의 직전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례적으로 당직자인 남 대변인이 먼저 발언에 나서서 현정권의 10대 의혹을 거론하는 등 당 지도부의 뜻을 알렸다. 의원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최고위원들에게 최종 결정을 위임했다. 찬성 의견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다수당의 오만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경계하는 의견은 고사하고 자유투표를 요구하는 소리조차 없었다.
오히려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이 나서서 "장 서리는 문제가 많은 만큼 떳떳하게 당론으로 임하자", "자유투표로 부결하면 장 서리와 오히려 불편한 관계가 된다"고 당론화를 거세게 요구했다. 이는 민주당의 당론 투표 방침에 따라 표단속 필요성을 느꼈던 지도부의 짐을 벗겨 주었다. 사전에 당론 투표를 고려했던 최고위원들은 즉석에서 간단히 부결 당론을 확정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통과가 불투명한 만큼 임명동의안 처리에서 다수당의 힘을 보여 주고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민주 "다수黨 횡포"
민주당은 28일 장대환 총리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국정혼란을 부른 한나라당의 폭거를 규탄한다"며 즉각 한나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당직자들은 "두 번 연속 인준을 거부할 수 있느냐"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청와대 비서실 책임론'을 제기해 인책론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인준 부결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 공백의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으며 법무장관 해임안을 총력 저지할 것이라는 요지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악용해 국회를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선거운동장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헌법 파괴적 횡포"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해임안 저지를 위해 자동폐기 시한인 31일 오후 2시35분까지 소속 의원들을 국회 주변에 비상 대기하도록 했다.
의총에서 대다수 의원들은 한나라당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한나라당이 대외신인도를 훼손시키는 등 국정을 완전히 망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다수의 횡포에 대항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거듭된 총리 인준안 부결로 국정공백이 우려된다"면서 "고위 공직자 도덕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의총에서 "인준안 부결에는 한나라당 책임도 크지만 인선 검증을 두 번이나 제대로 하지 못한 박지원(朴智元) 청와대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청와대 관계자들은 스스로 사퇴하거나 문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오전 의총에서 인준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다. 지난 달 장상(張裳) 총리임명동의안 처리 때는 찬성을 권고적 당론으로 정했으나 이번에는 이탈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권고적'이란 수식어를 뺐다. 민주당은 본회의 도중 한나라당이 반대 당론을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긴급 의총을 열어 투표 참여 여부 등을 논의하는 등 이날 세 차례나 의총을 열었다.
/김광덕기자kdkim@hk.co.kr
■자민련 "국정공백 장기화 우려"
자민련은 동의안 부결에 대해 "국정 공백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다음 총리감은 더욱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인사를 인선한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자민련 의원들은 이날 10명이 자유투표로 표결에 임했으며 예상과 달리 반대표가 더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나라당의 부결 당론 확정으로 동의안 부결이 기정사실이 됨에 따라 부결에 대한 의원들의 심리적 부담이 줄어 든 때문이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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