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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탓 전염병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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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탓 전염병 세계화

입력
200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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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상이변, 특히 지구온난화 현상이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을 급속히 유포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8일 세계보건기구(WHO)와 환경·병리학자를 인용, "올해 지구 온도가 1998년의 최고치를 이미 넘어섰다"며 "지구 온도 상승이 병충해나 설치류와 같은 균주의 활동을 촉진해 전염병 발생 지역을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따뜻한 온도에 가장 잘 적응하는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최근에는 한반도, 남부 유럽, 구 소련연방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환자도 연 3억 명에 사망자만 100만여 명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 여름과 낮에 주로 활동하던 전염균이 지구 온도 상승으로 밤과 겨울철에도 움직이면서 인간의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는 기상 요인으로 홍수, 태풍,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이상 현상과 점진적인 지구온난화 등 두 가지를 꼽고 있다. 1998년 허리케인 '미치'가 중남미를 강타한 이후 급속히 퍼졌던 전염병과 1993년 미국 남부를 휩쓸었던 설치류의 번식은 모두 태풍과 가뭄에 따른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환경변화에 따른 전염병의 순환적 현상 이상으로 양쪽 관계를 결부시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원인이 된 지구온난화 현상이 전염병을 더이상 독립적, 단발성 사례로만 볼 수 없게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환경변화 외에 여행, 교통 등에 따른 교류도 전염병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 미국을 휩쓸고 있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1999년 인적·물적 유통이 가장 빈번한 곳 중 하나인 뉴욕항을 통해 미국에 상륙했다.

WHO의 수석연구원 레이 아서 박사는 "1960년 대 뎅기열은 동남아, 카리브해 연안으로 발생 지역이 국한됐지만, 지금은 아프리카 중남미 남아시아까지 퍼져 있다"며 "높은 인구밀도와 물리적 교류가 전염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전염병 확산에 의한 피해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 더 크다는 게 대체적이다. 카리브해에서 북상한 뎅기열이 미국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상륙하자마자 소멸하는 것은 집집마다 설치된 에어컨과 방충망 덕분이지만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후진국은 확산에 속수무책이다.

WHO는 기상과 전염병 발생의 상관관계가 보다 명확히 규명된다면 가축에 대한 백신 투약, 모기서식지 발굴 등 보다 구체적인 대응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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