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우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영화는 없나?" '언페이스풀'의 시사회가 끝난 후 여자 화장실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하는 바람에 웃음바다가 됐다. 치정과 불륜 영화의 결말은 대부분 "바람피우면 죽는다"고, 그건 소심한 '불륜 지망생들'에게는 심적 부담이다.1992년 미 텍사스대 심리학과에서 외도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다. (1)파트너가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애착을 가졌을 경우 (2)파트너가 다른 사람과 매일 열렬한 섹스를 즐길 경우. 여자는 1번, 남자는 2번의 경우 더 분노한다고 응답했다. 결국 남자들은 아내의 정신적 거처보다는 몸의 거처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언페이스풀'에서 남편(리처드 기어)은 아내(다이안 레인)의 불륜 상대인 프랑스 청년을 커다란 수정구슬로 쳐죽인다. 살인은 우발적이다. 그를 자극한 것은 아내에게 선물로 준 수정구슬을 그가 갖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아내에 대해 "도대체 불평을 모르는 여자(자신이 성적으로 매우 유능하다는 주장)"라고 한 그의 말. 그러나 똑같이 바람을 피워도 아내를 죽이는 남자가 있다. '해피 엔드'에서 소심한 은행원출신 실업자(최민식)는 아내의 옛 애인이자 현재의 정부(주진모) 대신 아내(전도연)를 죽인다.
두 경우의 차이는? '언페이스풀'의 남편은 적어도 아내에게 열등감이 없었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가 적어도 프랑스 청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완벽했고, '이물질'만 제거하면, 가정은 다시 완벽해질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반면 '해피 엔드'의 남편은 평소에도 아내에 대한 열등감이 컸다. 거기에 바람까지 피웠으니 남자는 상대가 누군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아내의 바람을 자신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살려놓아 봤자 이 여자는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다."
두 영화를 비교한 매우 자의적인 결론은 이렇다. 잘난 놈은 다른 놈을 죽이고, 못난 놈은 제 마누라를 죽인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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