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 e비즈니스팀 박선리 대리에게 인스턴트 메신저는 손발이나 다름없다. 협력업체와의 간단한 의사소통에서부터 3∼4명이 참여하는 약식 회의까지 메신저 없이는 되는 일이 없다. "어렵게 시간 약속 잡고 서류 잔뜩 들고 만나서야 할 수 있는 일을 앉은 자리에서 클릭 한번으로 뚝딱 해치울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 워낙 업무가 바쁘다보니 개인적인 용도로 메신저를 사용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 박 대리는 "메신저로 노느라 일 못한다는 우려는 한가한 회사얘기"라고 잘라말했다.웹호스팅업체 오늘과내일은 최근 직원들에게 내린 '메신저 자제령'이 먹혀들지 않자 아예 메신저 이용이 불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막아버렸다. 온라인상품권업체인 해피머니아이엔씨도 직원들에게 자제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그룹과 L'건설이 메신저 사용을 금지시켰다. 나비야엔터테인먼트의 이상희 사장은 "전화 한통이면 끝날 일을 메신저를 이용해 글로 의사소통하느라 시간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의 인터넷 메신저 사용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 편에 선 사람들은 업무 효율성과 비용 절감, 상사와 부하 직원의 친근한 유대관계 형성 등을 메신저의 미덕으로 꼽는다. 메신저가 실시간 채팅과 대용량 파일 교환을 가능케 하고, 채팅 용어 사용으로 격의없는 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메신저는 또 국제전화 및 우편요금 부담 없이 해외지사 직원들이나 해외 파트너들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는 데 필수적이고, 북한과 같이 전화통화가 쉽지 않은 지역과는 거의 유일한 의사소통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사내 메신저 서비스 '아이켄메신저'를 개발, 직원들에게 메신저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인 라이거시스템즈 황시영 사장은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고, 신속한 의사결정에도 한몫 할 것으로 판단해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메신저와 전쟁을 선포한 회사들은 메신저가 은밀한 잡담용으로 사용돼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보안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를 내놓는다.
메신저를 통한 바이러스 유포도 적지않은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신상진씨는 "일하는 중에 메신저를 통해 잡담을 걸어 오면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메신저를 통한 자료교환은 이메일과 달리 사용자의 PC에 기록이 남지 않아 회사 기밀자료를 외부로 빼돌릴 때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메신저 사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인터넷 리서치 전문기관인 베스트사이트(www.bestcite.com)가 20살 이상의 성인 네티즌 2,951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메신저 사용시간은 63분으로 휴대폰 평균 사용시간 5.7분(2001년 기준)과 이메일 사용시간 21.8분(2002년 2월 기준)을 크게 앞질렀다.
라이거시스템즈 SM사업본부 구자형 과장은 "메신저와 채팅을 같은 것으로 보는 관리자들이 메신저의 이점을 이해하게 되면 오해의 상당부분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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