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가족 연작 세 편 중 첫 작품 '길 위의 가족'이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27일 개막했다. 장성희 작, 김영환 연출로 선보인 이 작품은 가장의 오랜 실직과 생활고로 해체 위기에 처한 가족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서글픈 소풍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그런 아내가 안쓰러운 할아버지, 가장으로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버지,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꿈만 얘기하는 어머니, 마음을 문을 닫고 반항하는 10대 아들. 즐거워야 할 소풍은 그들을 짓누르는 불행의 그림자만 더욱 짙게 드러낸다. 할머니가 빠진 네 식구가 저녁을 먹는 마지막 장면은 할머니를 버려 죽게 했음을 암시한다.
그런 우울한 풍경은 관객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려는 가족 간의 안타까운 정이 뭉근하게 배어나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자극적 장면 없이 시종 차분하게 진행되는 무대에서 이문수 김재건 권복순 등 주연 배우들의 안정감있는 내면 연기는 오랜 여운을 남긴다. 9월 1일까지 공연한다.
국립극단의 가족 연작은 박근형 작·연출의 '집'(9월 4∼10일), 최인호 작·최용훈 연출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9월 14∼27일)로 이어진다. (02)2274―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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