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협회(CFR)가 펴내는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사진)는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미국 위주의 일방주의적 외교를 밀어부치고 있지만, 미국이 추구하는 대 테러 전쟁의 승리와 국익 등의 보호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호흡을 함께 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포린 어페어즈는 '1년 이후'라는 제목의 9·11 테러 1주년 특집호(9∼10월호)에 게재한 국제정치학자와 언론인 등의 논문 4편을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가 지닌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테러를 유발한 근본적 원인을 국제사회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전 국제담당 편집인 마이클 허쉬는 '부시와 세계'라는 논문에서 "미국은 20세기 초 국제적인 협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윌슨주의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윌슨주의는 위기 관리를 위한 국제주의 외교이며 우드로 W 윌슨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적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려한 대통령"이라면서 "지금이야말로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의 이익을 생각하며 테러리즘을 분쇄하는 신윌슨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허쉬는 "그런데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세계를 향해 테러분자와 미국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하는 부시 독트린을 천명했다"며 "부시 독트린의 이같은 일방주의는 유례가 없는 헤게모니의 선언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쉬는 "부시 독트린은 올초 연두교서에서 이라크를 이란,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미국은 자국 보호를 위해 어디라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절정에 달했다"고 지적한 뒤 이어 미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C)에서 면책특권을 요구하고 지구기후협약 비준을 거부하는 등의 일방통행식 외교를 지속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덧붙였다.
조지타운대학의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욕망'이라는 논문에서 "대테러 전쟁 이후 미국정부는 국제사회의 위협에 대한 규정 및 군사력 사용에 대해 미국이 지구적 역할을 보유했다고 여기는 신제국주의적 시각을 갖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이같은 과격한 생각은 오늘날의 세계질서를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냉전시대 말기에도 불가능했던 이러한 접근법은 위험하기 짝이 없으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역사적 경험으로 미루어 미국의 이러한 행태는 미국을 더 적대적으로 여기는 저항에 직면케 하고 세계를 분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마이클 만델바움 교수는 '아메리칸 파워의 부적절성'이란 논문에서 "군사력, 경제력 및 사회적 차원에서 미국이 지닌 최고 권위는 이제 그 누구로부터도 더이상 거부당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이러한 힘은 평화와 민주주의 및 자유시장경제라는 지구의 3대 질서를 규정해 버리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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