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탈북자 7명이 중국 외교부에 난민보호신청서를 제출하려다 체포된 사건으로 중국 내 탈북자 문제가 또 다시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이번 사건은 지난해 봄부터 봇물을 이룬 중국 내 외국 공관 진입, 제3국 추방, 한국 입국의 수순을 밟은 기획 망명이 한계에 이르자 탈북자와 지원 단체들이 '정공법'으로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탈북자 지위 문제를 대외에 환기시키기 위해 전혀 다른 방식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이 진입 당시 외신 기자들이 외교부 내에 상주하는 것으로 착각했었다고 한 말에서도 이 같은 의도가 드러난다.
이들은 영문과 중국어로 쓴 난민보호신청서에서 "우리는 구타와 살인과 부자유와 배고픔을 피해서 왔다"면서 "중국 헌법 32조와 중국이 1951년 가입한 난민보호협약에 따라 난민의 권리를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법 규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신청서에 모두 한국으로 가겠다고 밝혔으며 준비한 플래카드 중 하나에는 '자유대한으로 보내주세요'라는 문구까지 써 신병 처리 문제가 한중 사이의 미묘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교부는 외국 공관과 달리 치외법권 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처리가 오히려 더 꼬일 가능성도 있다.
탈북자들이 중국 외교부를 향해 집단 행동을 벌인 것은 처음이어서 중국 정부는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北京) 외교부 정문과 동문의 인민무장 경찰들은 이들이 외교부로 들어가겠다고 신청서를 내밀자 처음에는 당황해하다가 즉각 본부에 연락하고 진입을 저지하며 체포 행동에 돌입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측이 이번 사건에 매우 당혹해 하면서 중국측에 불리할 가능성이 높아 발생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탈북자와 지원 단체들의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현재 탈북자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국제사회에 보이고 싶어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보고 있지 않는 중국 정부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동맹'의 존재 여부, 구성 인원 등은 아직 분명치 않다. 소식통들은 이 단체가 올해 초 베이징의 탈북자들이 한국 망명과 난민 지위 획득을 위해 결성했으며, 지난 주 이 단체에 소속된 6명의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발각돼 체포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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