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돌연 사표를 내고 어제 퇴임했다. 그는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의 전·현정부에 대한 편향적 기술이 문제가 됐을 때 교육부가 만든 대책문건을 야당에 제공한 장본인으로 지목됐던 사람이다. 문서 유출의 파장은 총리실 조사로 끝나지 않았다. 청와대 하명수사를 주로 맡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까지 나서 문서 유출은 물론, 개인 비리를 캐는 수사를 벌인 것이다.교과서 편향 기술문제는 이상주 교육부총리가 국회에서 사과를 했고, 이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명분 없는 사과'를 질책한 바 있었다. 경찰 수사는 이 같은 정권 내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가 임기를 16개월이나 남기고 떠났으니 '표적수사'라는 지적을 받아온 경찰 수사는 결국 그를 물러나게 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문서 유출의 정확한 동기와 배경은 본인이 제일 잘 알겠지만, 이 사건은 임기 말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문제를 우선 생각하게 한다. 지금 공직사회에서는 다음 정권을 의식해서 특정인사에 줄을 대거나 줄서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리 보전과 출세를 위해 공직자로서의 품위는 물론, 당연히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기는 현상이 번지고 있다. 정권 말기에는 늘 있었던 일이라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그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관장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 파문을 일으키고 정권에 부담이 된다 하더라도 이 문제는 공직사회 내의 징계시스템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중한 형사범을 다루듯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과잉반응이 아닐 수 없다. 문서유출행위나 정부의 대응방식 모두 우습고 비상식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은 연구원 채용과정의 비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데, 그가 물러난 이후의 수사가 어떻게 진전될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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