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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사람들/송종 교보투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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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사람들/송종 교보투신 사장

입력
200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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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투신 펀드매니저들에게는 한달에 다섯번 다른 운용사에는 없는 특별한 행사가 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가 되면 3∼4명씩 교대로 영등포역 근처의 노숙자센터를 찾는다. 50여명의 노숙자들에게 밥을 차려주기 위해서다.매월 셋째주 토요일에는 은평구에 있는 고아원으로 달려가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한나절 뒹굴며 놀다 온다. 요즘엔 아이들과의 추억을 담은 앨범을 만드느라고 바쁘다. 과정보다는 결과로, 그것도 매일매일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개개인의 등수가 매겨지는 냉혹한 펀드매니저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교보투신에 이처럼 흐뭇한 얘깃거리가 피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송종(宋鍾) 교보증권 상무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적자생존 원칙이 가장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곳이 펀드매니저 세계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여의도 사람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을 감싸안는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고아원 방문은 한 여직원의 고아원 봉사활동 사실을 우연히 알게된 송 사장이 몇몇 직원들과 함께 그 곳을 찾아 갔던 것이 계기가 돼 지금은 회사 차원의 행사가 됐다. 노숙자센터 봉사는 그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매니저들이 월 1만원 정도씩 내는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이 같은 윤리경영의 정신은 자산운용 수칙에도 이어진다. 교보투신 매니저들은 대주주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거나, 강원랜드와 같이 사업내용이 다소 불투명한 종목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본시장에선 수익률만이 말한다지만, 그래도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덕률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보투신이 여성고용 비율이 높고, 여성에게 균등한 승진기회를 보장하는 종목들만 편입하는 '여성고용펀드'를 10월에 발매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여의도 일각에는 "양심 투자를 위해 최고의 수익률을 포기하는 것은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매니저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그러나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출신인 송 사장은 "다른 종목을 편입해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도 굳이 비윤리적인 종목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 채권형펀드 수익률 상위종목에서 교보투신 상품이 1,2,5위를 차지하고 있고, 주식형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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