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축구를 좀더 배운 뒤 우리 축구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숨은 주역 정해성(44·사진) 전 대표팀 코치가 27일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으로 6개월간 지도자 연수를 떠난다.아인트호벤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 월드컵대표팀 수석코치였던 핌 베어벡이 2군과 유소년팀 감독을 맡고 있는 구단이다.
히딩크 사단에서 워밍업과 마무리훈련 전담코치로 활동한 그는 할 말은 하는 성격답게 감독에게는 직언을 아끼지 않았고 선수들에게는 엄하면서도 따뜻한 형 역할을 해왔다.
대표팀 생활 1년6개월을 꼼꼼히 기록한 그의 노트는 히딩크 축구를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최근 펴낸 '히딩크 500일의 기록'의 인세를 축구 꿈나무를 지원하는데 쓸 계획이다.
"히딩크 감독의 열정과 비전 제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정 코치는 "히딩크는 스킨십으로 친밀감을 표시하면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했지만 동시에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면서 선수들이 팀에 헌신하도록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문화차이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 지난 해 8월 유럽 전지훈련 때 체코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자 군기를 잡는 건 자신의 역할이라고 판단, 선수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왜 분위기를 망치느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고 정 코치는 상황 설명을 통해 가까스로 오해를 풀었다.
그는 "프랑스와 체코에 0―5로 연이어 대패했을 때 히딩크 감독이 '잘했다.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격려하는 모습이 잘 이해가 안됐지만 결국 선수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정 코치는 이달 초 차기 대표팀 감독 물망에 올랐던 것과 관련, "아쉽지만 더 많은 공부를 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면서 "히딩크가 전수한 선진축구에 우리 특유의 근성이 더해지는 방향으로 한국축구가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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