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금융거래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마침내 기관투자가의 계좌에 들어가 수백만주의 주식 매수 주문을 내고 작전주를 팔아치우는 대담한 최첨단 사기극마저 등장했다. 범인은 23일 대우증권과 거래 중인 현대투신운용의 비밀번호를 미리 알아내 PC방에서 오프라인 계좌를 온라인으로 바꿔 등록한 뒤, 수 분 만에 델타정보통신 500만주(258억원어치)에 대한 사자 주문을 내고 사라졌다.경찰은 작전 세력들이 주식을 팔기 위해 저지른 범행으로 보고 이 날 거래된 700만주의 내역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금융거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도 증권사들이 전자인증제를 비롯한 사이버 보안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자초한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
올 상반기 온라인 주식거래는 1,591조원으로 전체거래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증권사의 매매시스템과 보안·해킹방지 대책은 초보 수준이다. 문제의 대우증권은 본인 여부도 확인하지도 않고 온라인 거래를 허용하는 허술한 거래시스템으로 화를 불렀다. 보안의식 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내부관리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은행의 계약직 여직원이 컴퓨터를 조작해 18여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달아나는가 하면, 경기도 여주의 새마을금고 여직원이 6년간 고객과 금고 돈 28억원을 빼내 쓰다 적발됐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최근 3년6개월 동안 발생한 금융사고의 총 금액이 8,311억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뒤늦게나마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일제점검에 착수했다니 다행이다. 차제에 주식 온라인거래, 인터넷 뱅킹 등 사이버 거래에 대한 강력한 보안대책이 마련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금감원을 비롯한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등 유관기관이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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