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의 연임이냐, 정권교체냐? 독일 총선(9월 22일)이 4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열세를 면치 못했던 집권 사민당(SPD)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막판 대역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에는 처음으로 여야 총리 후보인 사민당-녹색당 연정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기민당-기사당(CDU-CSU) 연합의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총리 간에 TV 토론이 열렸다. 토론 결과와 각 당의 실업 대책, 홍수 복구 등이 막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제2공영 TV ZDF는 19∼2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사민당 지지율이 40%로 처음으로 기민-기사 연합을 1% 차로 앞섰다고 25일 발표했다.
■사민당의 힘겨운 싸움
올들어 우파의 기민-기사 연합은 좌파의 사민당을 여유있게 앞서 정권교체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7월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여론조사에서 기민-기사 연합은 49%의 지지율로 사민당을 무려 9% 차이로 앞섰다.
1998년 기민당 헬무트 콜 전 총리의 16년 집권을 마감시킨 뒤 지난해까지도 높은 인기를 누렸던 사민당은 올들어 경기침체와 살인적인 실업률 때문에 추락을 거듭했다.
독일의 실업률은 7월 9.3%로 400만 명을 넘어서면서 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22일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낮은 0.3%에 그쳐 올 성장 목표인 0.75%가 위태로운 상태다.
16일 슈뢰더 총리가 마지막 카드로 내놓은 실업 대책은 야당과 재계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98년 총선 당시 실업자 수를 350만 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 사민당은 구직 노력을 게을리 하는 실직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줄여 향후 3년 간 실업자 200만 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수로 엇갈린 희비
변화는 홍수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중부 유럽에 몰아닥친 100년 이래 최악의 홍수를 사민당은 재집권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홍수가 나자 슈뢰더 총리는 예정된 동독 지역 유세를 취소하고 즉각 드레스덴 등 수해 현장을 찾아 수재민들을 위로하고 수방대책을 세워 국가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높였다.
그는 150억 유로(약 17조원) 상당의 수해복구비 재원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2003년 실시 예정이던 감세를 연기해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려는 집권당의 복안에 대해 슈토이버 후보는 감세 연기가 독일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지만, 지난주 실시된 RTL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포르자의 여론 조사에서 70% 이상이 슈뢰더의 정책에 찬성표를 던졌다.
홍수를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지지율 격차는 23일 여론조사기관 F'W의 발표에서 더욱 좁아졌다. 사민당은 지난주보다 2%가 상승한 3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기민-기사 연합(39%)은 지난주보다 2% 떨어져 양측의 차이는 1%로 좁혀졌다.
특히 홍수피해가 컸던 옛 동독 지역에서 사민당 지지율은 크게 올라갔다.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보이는 녹색당(7%)과, 기민-기사 연합의 파트너 자민당(9%)을 아우른 집권 지지율은 각각 현재 45%와 48%로 3%까지 좁혀진 상태다. 실제 슈뢰더 총리 개인의 지지율은 홍수 복구 캠페인 속에 더욱 치솟아 55%를 기록해 슈토이버 후보(36%)를 19% 차로 앞서고 있다.
■대역전극 벌어지나
지지율 만회에도 불구하고 사민당의 재집권에는 여전히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과 전반적인 유럽의 우경화 추세가 사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민당은 공세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확실한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18일 이란과 투자보호협정을 체결해 반전 이미지를 강화했다. 5∼10%에 달하던 지지율 격차가 대등해지고 이어 역전까지 하게 되면서 슈뢰더 총리는 연임의 꿈을 꾸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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