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선시대 궁중 태교음식/왕비가 회임을? 송편·순무씨죽 올려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선시대 궁중 태교음식/왕비가 회임을? 송편·순무씨죽 올려라

입력
2002.08.26 00:00
0 0

조선시대 회임한 왕비들이 주로 먹었던 태교 음식은?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이효지 교수는 25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대한태교연구회(회장 박문일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창립 3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해답을 제시했다. 정답은 송편, 순무씨 죽, 죽순, 해삼, 멍게, 오골계, 잉어, 붕어, 석이버섯 잡채, 굴, 콩, 물엿, 식혜, 약과 등.

궁중 태교 음식으로는 청태콩으로 속을 채운 송편이 으뜸이었다.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지는 끈기가 생기고 절개와 정조가 강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솔잎의 주성분인 '테르펜'은 호르몬 분비를 돕고, 파란 청태콩에 함유된 '레시틴'은 뇌를 활성화시킨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 경기 김포와 황해 연백의 특산물인 순무씨로 만든 죽도 임신한 왕비의 보양식이었다. 순무씨 죽은 임신한 왕비, 병환으로 고생하는 왕대비에게만 공급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순무는 오장을 이롭게 하고 몸이 가벼워지며 기를 늘리는 식품이었다.

죽순을 해삼, 전복과 함께 조리해 먹으면 머리 좋은 왕자를 낳는다고 믿어 임신한 왕비에게 올려졌다. 죽순 속에는 뇌를 보강하는 '티로신'이라는 성분이 있다. 죽순에다 송이버섯, 호박, 상추, 왕새우를 말린 것을 참기름에 볶아서 후추로 양념을 했다. 해삼, 멍게, 오골계도 궁중 태교 음식으로 쓰였는데 이들 식품에는 성장기에 필요한 '바나디움'이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오골계 뱃속에 해삼, 멍게, 마늘, 후추, 찹쌀, 대추를 채워 넣고 백숙을 해 회임한 왕비가 먹었다.

요즘도 임신부가 자주 먹는 잉어와 붕어도 조선시대 궁중 태교 음식으로 애용됐다. 왕실에서는 경기 여주 지역에서 난 잉어를 많이 썼다. 잉어의 눈만 고아서 먹으면 젖이 많이 돌게 된다고 믿었다. 잉어는 반드시 살아 있는 것을 쓰고, 비린내를 내지 않기 위해 꼬리를 베어 피를 뽑은 후 요리했다. 굴은 가을, 겨울에 제공되던 태교 음식이었는데 특히 굴밥으로 만들어 먹었다. 굴은 충남 보령, 안면도 이남의 것을 주로 썼다.

두부, 된장, 청국장, 콩강정, 콩다식, 콩시루떡, 콩인절미, 콩죽, 콩국, 콩밥 등 콩요리도 많이 먹었다. 콩 속의 '레시틴'이 태아의 뇌세포를 발달시키고, '사포닌'성분은 산모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똑똑한 왕자를 낳기 위해 하루 세 끼 식사 사이에 물엿과 식혜도 자주 먹었다. 눈 밝은 왕자를 낳기 위해 전복을, 힘 좋은 천하장사 왕자를 낳기 위해 석이버섯 잡채를 먹었다.

이밖에 송화를 꿀물에 탄 송화수, 송화를 꿀에 버무려 다식판에 찍어낸 송화다식, 약과, 콩강정, 검정깨강정 등이 임신한 왕비의 간식이었다.

이 교수는 "조선 왕실은 뱃속에 있을 때 10개월을 출생 후 10년보다 중요하게 여겨 왕비들은 똑똑하고 건강한 아기 출생을 위해 태교 음식을 가려 먹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보기 흉한 동·식물을 먹으면 추한 아기를 낳는다고 생각해 먹지 않았던 음식이 많았다"고 밝혔다. 태교 금기 식품으로는 오리고기, 닭고기, 토끼고기, 문어, 오징어, 돼지, 염소, 개, 달걀, 오리 알, 게 등이었다. 그는 "임신부와 수유부는 정상인보다 영양을 많이 섭취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로 금기식품을 정하는 풍습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