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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주5일 근무제/약자 희생없이 평등한 혜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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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주5일 근무제/약자 희생없이 평등한 혜택을

입력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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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사물도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주5일 근무제도 기업과 노동계 쪽 생각이 서로 다르고,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 처지에서 보면 또 다르다. 일본 버금가는 일벌레 신세인 직장인은 주5일 근무제를 당연히 찬성한다. 거꾸로 임금 적게 주고 일 많이 시켜 이윤을 남기려는 재벌이나 기업 쪽에서는 강하게 반대한다. 말로는 찬성한다며 이런 저런 논리를 펴지만 '주5일 근무 싫다'라는 게 경영자들의 공통견해다.재벌이 반대하는 것이야 자유지만 재벌이 허락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미국 프랑스 노동자가 자전거 타고 출근하던 1930년대에 이미 주5일 근무를 시작한 데 비하면 우리는 너무 늦었다. 외국에서도 예외 없이 기업가들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반대했지만 여론 지지에 힘입은 정부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3년째 노사정 협상이 끝내 실패한 핵심 이유는 재계의 반대 때문이었고 정부 입법 추진 단계인 지금도 재계는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은 재계의 반대에 밀리지 말고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올바른 주5일 근무제를 당당하게 도입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주5일 근무제를 강력히 추진하되 이 과정에서 약자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안대로라면 노동자 가운데 형편이 더 어려운 사람들은 지나치게 소외되고 희생 당한다. 정부의 단계별 도입 계획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의 56.1%에 해당하는 20인 미만 업체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 760만 명은 주5일 근무에서 아예 소외돼 있다. 더구나 대기업 정규직원 임금이 오르면 하청 노동자 임금은 동결되는 현실에서 대기업의 주5일 근무 도입 초기 비용까지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질 게 뻔하다. '너희는 주5일 가정, 우리는 주6일 가정'식의 위화감은 물론이고, 주5일 근무의 혜택도 늦게 보면서 비용 부담까지 떠안으라는 것은 사회의 약자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다. 준비가 덜 돼 단계별 도입이 불가피하더라도 외국처럼 2∼3년 안에 완료해야 하고, 중소영세 비정규직도 이 시기 안에 주5일 근무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면 실제 노동시간은 줄지 않는 '무늬만 주5일 근무'가 될 위험이 크다. 실제 노동시간이 주50시간에 가까운데 제한 노동시간을 현행대로 두고서 탄력근로시간제를 3개월∼1년 단위로 확대하면 노동시간은 늘어난다. 휴일휴가를 줄이고 생리휴가까지 무급으로 돌리면 주5일 근무를 하더라도 연간 2,477시간이라는 세계 최장 노동시간은 제자리걸음이다. 임금을 깎으면 부족한 생계비를 버느라 휴일에도 일하는 사태가 생겨 역시 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떨어질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가는 징검다리인 주5일 근무제는 사회의 약자를 소외시키지 않는 가운데 노동조건 후퇴 없이 실제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도입해야 한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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