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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軍, 명예회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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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軍, 명예회복을 위하여

입력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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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970년께 신혼이던 바쎄바는 다윗 왕 수하의 군인인 남편 우리야의 전사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후 다윗 왕이 바쎄바와 혼인을 했다. 그 내막은 이렇다. 다윗 왕은 어느 날 예쁜 여인 바쎄바에게 한눈에 반해 데려다 정을 통했다. 그녀가 임신을 하자 다윗 왕은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우리야에게 휴가를 주어 아내와 밤을 지내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야가 이를 거부하자 그를 가장 치열한 전장으로 보내 전사하게 만든 것이다.(성경 사무엘 하 11장 참조)1984년 발생한 군 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망에 관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는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술 취한 상관이 쏜 총에 가슴을 맞아 숨진 상태에서 이를 은폐·조작하기 위해 두 발을 더 쏘았고 이를 자살로 몰아 갔다는 것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뒤엎는 반인권적 폭거였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18년의 세월이 흘러 허 일병의 아버지는 이제 63세가 되었다. 아들의 명예회복과 진실규명을 위해 뛰어다닌 세월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긴 시간이었다. 이번 발표는 군대라는 폐쇄적인 조직에서는 타살도 자살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거의 20년 간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뛰어다닐 때 우리사회는 무엇을 했던가?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어!" 하급자때는 폭력의 피해자였다가 고참이 되면 가해자가 되는 현실 속에서 군대 많이 좋아졌다며 반인권적인 군 생활을 추억처럼 되뇌지 않았던가. 그러나 앞으로 허 일병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더욱 큰 문제는 군에 간 젊은이들이 어떠한 이유로든 지금도 죽음을 당하고 있고 허 일병의 부모처럼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은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의 암흑기였던 80년대는 매년 1000여명이, 소위 '국민의 정부'라는 최근에도 300여명이 죽어가고 있다.

천주교인권위 군의문사대책위원회는 그 동안 국회와 국방부에 이런 가슴아픈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되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유가족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호소하여 왔다. 석연치 않은 자식의 죽음을 부정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부모님들이 계속해서 천주교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군에서는 아직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타살의 혐의가 없으므로 자살'이라는 판에 박힌 결론을 위압적인 자세로 유족들에게 수용하라고 한다.

이제 국가와 군 당국은 실추된 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근본적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간 건장한 청년이 사망했다면 이유가 어쨌든 국가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망자와 사망자의 유족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관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군대 내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 군에서 주장하는 자살이라는 결론에 대한 입증책임을 군에서 지도록 해야 한다. 허 일병의 사건도 헌병대가 조사를 했고, 육본 범죄수사단에 고발까지 했지만 기각됐다. 현장과 목격자, 수사단, 참고인, 각종 사건관련 증거들이 모두 군대 내에 있는데도, 유족의 현장접근을 막고 현장과 사체 사진에 대한 촬영을 불허하고 수사기록 열람조차 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살이 아님을 유족에게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군에서만 가능한 주장일 것이다.

이와 함께 군은 모든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허 일병 사건에서 보듯 군만으로 구성된 국방부 특별조사단으로는 결코 진실규명을 할 수 없으며 유족의 의혹을 해소시킬 수 없다. 과거 병역비리조사단처럼 민·관·군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군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철학 천주교 인권委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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